[르포] 온기 그리운 쪽방촌 사람들…"없는 사람은 겨울이 힘들어"

입력 2017-12-07 11:09  

[르포] 온기 그리운 쪽방촌 사람들…"없는 사람은 겨울이 힘들어"
고령·장애인 등 대구 쪽방민 870명…하루하루 버티는 게 걱정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없는 사람은 겨울에 더 힘들어요."
대구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5도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6일 오후 중구 북성로 일대 쪽방촌.
예전 여관 간판을 그대로 단 2층짜리 한 쪽방 건물에서 주인 박모(67·여)씨가 찾아온 주민센터 복지팀 직원을 반갑게 맞았다.


박씨는 "전기장판 좀 좋은 거 없을까요"라며 "다 우리 식구들인데, 밥은 안에서 어떻게든 해먹으면 되는데 따뜻하게 좀 해주이소"라고 부탁했다.
1층 쪽방에 입주해 있던 한 50대 남성이 얼굴을 내밀며 "이불은 안 나와요"라고 물었다.
주민센터 직원은 "이불업체 후원이 있으면 모를까 그런 물품을 일일이 제공해드리기 힘들어요"라며 "그래도 필요한 걸 말씀해주세요"라고 했다.
수십 년 전부터 여관이었던 이 건물에는 1층 8가구, 2층 10가구로 쪽방이 나뉘어 모두 18명이 산다.
건물이 낡은 데다 1층은 연탄보일러를 쓸 수 있지만 2층은 전기장판에 의존한다.
주인 박씨가 방 규모나 시설에 따라 13만원에서 20만원 월세를 각각 받아 건물을 관리하고 쪽방 거주자가 식사는 하는지, 병원에는 다녀오는지 안부를 챙긴다.
하루 지나 이틀째 눈에 띄지 않으면 큰일이 난 게 아닌지 문을 두드려봐야 한다.
이곳에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고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사는 사람도 있다.
젊은 사람은 병이 들거나 장애가 있어 일터에 나가지 못한다.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계비와 주거비를 합쳐 60만원 안팎 지원금을 받으면 월세를 낸 나머지로 생활해야 한다.
대부분 가족과 연이 끊어져 쪽방 주인이나 수시로 점검을 나오는 주민센터 직원, 복지단체 관계자 외에는 찾아오는 이가 없다.
이 건물에 7년째 세 들어 사는 김모(62)씨 방에는 빵, 컵라면 등 먹을거리와 이불, 가재도구,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것조차 버거워서, 끼니를 챙겨 먹고 택시 또는 119를 불러 병원에나 제대로 다녀온다면 그에겐 다행인 삶이다.
김씨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견딘다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춥고 불편해도 견뎌내야지 어찌합니까"라고 했다.
옆방에는 뇌병변 장애로 하반신을 움직이기 힘들어 거의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40대도 있다.
이들처럼 1.5평 안팎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쪽방 거주자는 이 일대 20여 곳에 약 130명가량이 있다.
대구역과 가까워 주로 옛 여관인 건물이 많고 일반 주택으로 된 곳도 더러 있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지역 쪽방 거주자는 870여 명이다.
이들은 "없는 사람은 겨울에 더 힘들다"며 여름보다 겨울을 나기가 더 고통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상담소 관계자는 "겨울철 상담 내용을 보면 평소처럼 쌀, 라면, 옷 등이 없으니 도와달라는 생계 상담이 가장 많고 이불, 내복, 전기장판 등 난방용품에 대한 요청이 그다음으로 많다"고 했다.
그는 "후원이 예전만 못하고 쪽방 거주자가 워낙 많아 생필품이 늘 부족하다"며 "저희도 후원자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단체나 기관, 개인 누구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ms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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