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 그 뒷이야기는 어땠을까

입력 2017-12-07 11:10   수정 2017-12-07 15:10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 뒷이야기는 어땠을까
이동하·박성원·조해진 등 소설가 5인, 이어쓰기 나서…'대산문화' 겨울호 수록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교과서에 실리는 등 널리 알려진 주요섭(1902∼1972)의 단편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안타까운 작별로 알싸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헤어진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각자 잘살게 될지, 옥희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남긴다. 이에 소설가 5명이 뒷이야기 이어쓰기에 도전했다. 이동하, 박성원, 조현, 정한아, 조해진이 쓴 짧은 소설 5편이 최근 발행된 계간 '대산문화' 겨울호에 기획특집으로 실렸다.
이 소설의 아쉬운 결말은 당시 보수적인 시대상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 주요섭은 이 소설을 1935년 '조광(朝光)지에 발표했는데, 그때만 해도 남편을 일찍 여읜 '청상 과부'에게 일부종사와 정절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고작 스물넷의 나이인 어머니는 사랑손님을 마음에 두면서도 풍금을 치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야 했다. 편지를 주고받은 뒤 단념한 사랑손님은 기차를 타고 떠나고 어머니는 풍금을 굳게 닫아버린다.
소설이 나온 지 80여 년이 지난 시점에 5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상상을 펼쳐 그럴싸한 뒷이야기를 지어냈다.



원로 작가 이동하의 '풍금'은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 서정적인 이야기다. 사랑손님 아저씨가 떠나고 5년이 지난 뒤 옥희와 어머니는 서울로 이사하고 어머니는 '티룸풍금'이라는 간판을 내건 찻집을 연다. 여기에 미국 유학을 다녀온 아저씨가 교수가 되어 찾아오고 어머니와 아저씨는 친분을 이어간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어머니와 옥희가 찻집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는데 아저씨 역시 피난을 못 가고 몸을 숨기려 이곳에 온다. 세 사람은 3개월간 같이 지내며 또 다른 추억을 쌓는다.
정한아의 '기찻간 변사사건 관련 진술서'는 발칙한 상상으로 기존에 알려진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이미지를 뒤엎는다. 옥희의 어린 외삼촌으로 사랑손님과 방을 함께 썼던 '천덕구'가 화자로 등장한다. 기차를 타고 떠난 사랑손님은 기차 안에서 돌연 숨졌는데, 덕구가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덕구는 옥희의 아버지인 매형이 죽기 전에 바람을 피워 두집살림을 했으며, 옥희의 어머니인 자신의 누나는 정숙과 위선을 가장해 늘 주위 사람을 힘들게 했다고 폭로한다. 심지어 매형이 누나가 삶은 달걀을 먹고 죽었으며, 사랑손님의 죽음에도 누나가 관련 있을 거라고 혐의를 둔다.
조해진의 '연애편지'는 이별과 그리움의 감정을 현대적인 정서와 세련된 문체로 풀어냈다. 화자인 옥희가 스물여덟 살이 돼 고향 집에 내려와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이다. 어머니는 얼마 전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화자인 나(옥희)는 이곳에서 홀로 석 달을 지내며 이제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절절히 그리워한다. 풍금 속에서 발견한 어머니의 부치지 못한 편지는 아저씨와의 짧지만 뜨거웠던 사랑이 어머니의 남은 생을 버티게 해줬음을 알게 한다.
작가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5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크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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