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분당열차' 출발하나…'안철수 재신임' 요구까지 분출(종합)

입력 2017-12-11 16:54   수정 2017-12-11 16:55

국민의당 '분당열차' 출발하나…'안철수 재신임' 요구까지 분출(종합)

안철수 "중진 갈등표출 바람직않아…바른정당은 反한국당 연대 파트너"
호남중진 "安 재신임 묻자는 의견 팽배"…평화개혁연대-구당초 세몰이

(서울·전주=연합뉴스) 김동호 설승은 기자 = 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다.
안 대표가 자신의 통합 구상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호남을 직접 찾는 승부수를 던지고, 이에 호남계 중진의원들의 반발 강도 역시 더욱 거세지면서 양측 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분당 열차'가 이미 출발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고, 최소한 그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는 이미 울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안 대표의 호남 행보는 시작 전부터 순탄치 않았다.
전남지역 방문 하루 전인 지난 8일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주원 최고위원이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의혹'의 최초 제보자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당은 큰 혼란에 빠졌다.
자신의 중도통합 드라이브에 대한 호남의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실어온 박 최고위원이 과거에 DJ를 음해하는 데 앞장섰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안 그래도 냉랭한 호남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안 대표는 호남 방문 일정을 연기하려다가 고심 끝에 계획대로 방문길에 올랐지만 10일 오전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대회'에 함께 참석했던 박지원 전 대표가 자신의 열성 지지자가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는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10일 오후 "중진들이 밖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내 갈등 자제를 촉구했으나 이것이 되레 호남 중진의원들만 자극하면서 논란을 키운 꼴이 됐다.
안 대표 측은 잇단 돌발악재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통합 의지를 거듭 피력함과 동시에 '마이웨이'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 대표는 11일 전북도의회에서 한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바른정당과 관련한 오해를 몇 가지 발견했다"며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7명으로 수도권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또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반(反) 자유한국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차원에서 '반한국당 연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결국 한국당과 합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은 터무니없는 오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이처럼 바른정당을 적극적으로 엄호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결국 그가 양당 통합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오는 14일 광주를 찾겠다던 계획을 바꿔 부산에서 행사를 열고 안 대표의 통합 행보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는 최근의 혼란상이 영향을 미친 듯 6명의 최고위원 중 안 대표와 장진영 최고위원만 참석해 썰렁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 이날 전북 김제에서 열린 청년·농업간담회 자리에도 정동영·조배숙·유성엽 의원 등 전북이 지역구인 중진의원들이 한일의원연맹 출장을 이유로 대거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경은천 전 김제시의회 의장이 안 대표를 향해 "우리는 민주당의 분신같은 존재인데, 바른정당보다 민주당과 같이 가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국민의당 입당 3개월 차인데,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발언했다가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안 대표는 웃으면서 "네네" 하고 받아넘기기는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설 때도 '안철수 화이팅'을 외치는 지지자들과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반대파의 목소리가 뒤엉키면서 행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계 중진들이 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평화개혁연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미 '분당 수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당내 그런 의견이 팽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친안(친안철수)계인 장진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전당원 투표로 재신임과 통합 여부를 당원들에게 묻자"고 제안하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평화개혁연대는 통합 반대 입장인 초선 10명이 모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와 세를 합쳐 안 대표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선 평화개혁연대가 결국 안 대표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반대파를 결집해 '합의이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평화개혁연대는 오는 13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어 19일(전북 전주)과 27일(부산)에도 같은 행사를 계획 중이다.
평화개혁연대를 주도하는 정동영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토론회를 한 뒤 구당초 10명, 중진모임 10명과 합동 모임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제 안 대표도 정리할 때가 됐다. 퇴로와 출구가 필요하다"면서 "조만간 안 대표를 만나 상황을 정리하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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