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개변론 열고 찬·반 의견 청취…감청방식·별도 입법 필요성도 쟁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회선 감청(패킷감청)을 허용하면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집니다."
"아닙니다. 패킷감청은 엄격한 사법적 통제하에 이뤄지므로 사생활 침해 우려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집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터넷회선을 통해 오가는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패킷감청의 위헌여부를 두고 찬반 양측의 날 선 공방이 오갔다.
지난해 3월 문모 목사가 패킷감청의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5조가 통신의 비밀·자유와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열린 공개변론에서다.
우선 패킷감청이 범죄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집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청구인 측은 "패킷감청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수사기관이 해당 인터넷회선을 통해 송·수신되는 모든 디지털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며 "제3자의 정보나 범죄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이 감청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청구인인 국가정보원 측은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및 집행 범위가 특정 인터넷회선으로 한정되고, 자료 취득의 범위는 범죄수사 관련 내용으로 제한되므로 포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감청방식을 두고도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청구인 측은 "패킷 감청 자체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며 "이로 인해 감청된 패킷(디지털 정보가 전송되는 단위)이 다른 정보의 수집이나 별건 수사에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정원 측은 "패킷 감청은 패킷의 수집, 재조합, 분석 과정을 거치도록 하며 엄격한 사법적 통제로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며 "범죄와 무관한 정보는 국정원에 오기 전에 폐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킷 감청은 새로운 증거수집 절차이므로 법 개정 후에야 가능하다는 의견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청구인 측은 "패킷은 포괄적인 정보이므로 현행법으로는 감청의 대상으로 볼 수 없고 압수수색 대상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적법하게 패킷을 감청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새로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수사기법 중 감청은 본래 밀행성과 포괄성을 특징으로 하고 이는 전화 감청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므로 포괄성은 패킷 감청만의 특성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직 교사인 김모씨의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 전용회선과 인터넷전화 통화내역을 감청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이 패킷감청 집행 사실을 통보하자 김씨가 2011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5년간 판단을 내리지 않다가 김씨가 간암으로 사망하자 지난해 2월 "청구인이 숨져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다"며 심판을 종결했다.
이에 김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인터넷회선을 함께 썼던 문 목사가 자신도 패킷 감청을 당했다며 지난해 3월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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