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 테이프로 노파 얼굴 칭칭 감아…비구 폐색이 직접 사인"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의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 추적 끝에 검거된 12년 전 강릉 노파 살해사건의 진실이 15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가려진다.
춘천지법 형사 2부(이다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 101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50)의 국민참여재판을 속행했다.
정씨의 신청으로 지난 14일 열린 첫날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11명을 선정하는 절차로 시작됐다.
이어 피해자 장모(당시 69세·여)씨를 부검한 당시 부검의와 최근 경찰 수사과정에서 부검의견서를 작성한 법의학자 등 3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부검의와 법의학자는 장씨의 사망 원인은 비구 폐색과 갈비뼈 골절 및 복강 출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포장용 테이프를 얼굴에 칭칭 감아 입과 코가 막힌 비구 폐색이 장씨의 직접 사인이라고 증언했다.
장씨 살해에 사용된 포장용 테이프에는 1㎝가량의 쪽지문이 남았지만 12년 전 사건 당시에는 지문을 이루는 곡선인 '융선'이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통한 재감정에서 경찰은 쪽지문의 주인이 정씨라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정씨는 1㎝의 쪽지문 탓에 12년 전 강릉 노파 살해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노파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비구 폐색은 노파의 얼굴을 칭칭 감은 포장용 테이프로 인한 것인 만큼 살인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되며, 그 범인은 포장용 테이프에 지문을 남긴 정씨라고 주장했다.
또 장씨가 사건 전날까지 착용한 반지 등 귀금속이 사라진 점으로 볼 때 금품을 노리고 침입한 정씨가 저항하는 장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강도살인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정씨는 이날 재판에서도 "범행 현장에 간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포장용 테이프에 자신의 쪽지문이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낚시도구 등을 수리할 때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를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의 사물함에 보관했는데 오토바이를 도난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정씨의 변호인 측은 이 사건 직후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박모(당시 45세·여)씨가 노파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고, 정씨는 무관하다는 변론을 펼쳤다.
장씨를 친정엄마로 여기며 가깝게 지냈던 박씨는 12년 전 수사기관이 장씨와의 채무관계 등을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한 인물이다.
박씨는 사건 발생 한 달여만인 2005년 6월 중순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해 풀려났다.
첫날 재판에서 세 번째 증인으로 나선 박씨는 "당시 마을 주민 모두가 나를 의심했고, 수사기관의 자백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며 "당시 진술서도 동네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를 들은 내용을 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둘째 날 재판도 정씨가 노파를 살해한 범인이 맞는지, 노파의 귀금속을 정씨가 훔쳤는지, 노파를 때리고 테이프로 결박해서 숨지게 한 살인의 고의가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 재판은 또 다른 증인 3명과 피고인 신문, 검사 의견진술(구형),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종 의견진술, 배심원 평의(평결), 판결 선고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재판부는 예비 배심원 2명을 제외한 배심원 9명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을 참작해 선고한다.
재판부가 배심원과 다른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물다.
판결 선고는 이날 오후 늦게 내려질 전망이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