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점 향하는 검찰의 국정원 수사…21명 구속·32명 재판에

입력 2017-12-17 06:07  

종착점 향하는 검찰의 국정원 수사…21명 구속·32명 재판에
선거개입·정치공작·靑상납…국가안보 아닌 '정권안보' 주력
'MB 책임' 규명은 난항…국정원개혁위, 제도 개선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지난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공작 의혹을 파헤치는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전직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기소됐고, 그 과정에서 국가안보에 매진해야 할 인력과 예산이 선거 및 정치공작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특수공작활동에 쓰는 데 써야 할 국민 혈세를 대통령과 원장이 사생활에 빼돌려 쓴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 우병우까지 총 21명 구속…20명은 이미 기소
17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 정치공작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지난 9월 이후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총 27명이다. 이들 중 15명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총 18명에 달한다. 국정농단 수사의 칼날을 두 차례 피해 구속을 면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18명 중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영장이 기각된 사람도 10명이나 됐다. 검찰의 대표적 공안통으로 국정원 파견 검사로 일했던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는 법원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정원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불법 정치공작 의혹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과 보수단체 지원(일명 화이트리스트) 의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 비위 수사도 이뤄졌다.
이들 수사는 국정원 수사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산하의 특수부가 따로 맡았다. 이 수사에서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구재태 전 경우회장 등 6명이 구속기소 됐다.
이들을 포함하면 지난 석 달여간 국정원과 관련한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사람은 총 20명(남 전 원장의 경우 2건 기소), 전체 기소자는 32명에 달한다.
◇ 정권 보위 '민낯' 드러나…공작비는 대통령·원장 사적 활용
구속 및 기소 과정에서 드러난 혐의사실을 보면 국정원은 최고 권력자의 측근인 원장의 지시 아래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에 주력해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민간인으로 구성된 댓글 부대를 3천명이나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리전단 직원이 직접 올린 댓글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것도 국정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방송·연예계 '좌파' 퇴출 계획을 짜 김미화·김제동 씨 등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방송인들을 몰아내고, 'PD 수첩' 제작진을 현업에서 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제시위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보수단체를 일대일로 '매칭'해 후원하도록 한 사실(화이트리스트)도 밝혀졌다.
이들의 후원을 받은 보수단체는 국정원이 짠 계획대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현직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무차별 공세를 퍼부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런 정치공작과 관련해 추명호·박원동 전 국익전략국장,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국정원 전직 간부들이 대거 구속기소 됐다.
법률전문가인 국정원 파견검사들이 불법행위에 연루된 혐의도 밝혀졌다.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파견검사들은 2013년 검찰의 '댓글 수사'가 시작되자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후 재판에서는 직원들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입을 맞추는 데 법률자문을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특활비 수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매달 5천만∼1억원씩 쌈짓돈 쓰듯 빼다 쓴 사실이 조사로 드러났다. 이 일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과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이 퇴임 후 해외 연수에 쓰려고 200만 달러를 빼돌리고, 아내의 사적 모임을 위해 강남 한복판 안가를 호화롭게 꾸미는 데 10억원을 쓰는 등 해외공작비를 사적 목적으로 쓴 의심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첫 유죄 판결도 나왔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합성사진 제작·배포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국정원 직원 유모씨에게는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됐다.
◇ MB 본격 수사 주춤…'다스 의혹' 등은 남아
지난 15일 우 전 수석 구속을 기점으로 국정원 수사는 종반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밝혀낸 국정원의 각종 불법 정치공작 범죄사실을 정리하는 대로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군 사이버사 관련 정치공작은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정치공작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지만, 법원의 김 전 장관 석방 이후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한 원 전 원장도 입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다만 자동차부품업체 다스가 김경준씨로부터 140억원을 먼저 돌려받는 데 국가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 고발 건과 참여연대 등이 다스 비자금 의혹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사가 진척되지 않은 사안도 남았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유출 의혹과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를 기획한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했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주요 사건을 마무리하는 대로 이들 의혹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도 진통을 겪었다.
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대거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는 와중에 통상적인 기능이 심각하게 위축됐고, '정권안보' 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직원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는 점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국정원이 오직 국가안보에 전념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공수사 공백 가능성을 두고 반론에 부딪혀 법 개정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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