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인분석 한달가량 걸릴 듯…각종 의혹 제기(종합2보)

입력 2017-12-19 00:11   수정 2017-12-19 09:50

신생아 사인분석 한달가량 걸릴 듯…각종 의혹 제기(종합2보)

보건당국 "3명 세균 감염 확인" vs 국과수 "사인 특정 못해"
병원 과실, 항생제 남용 등 의혹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최종 사인분석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들의 사망원인을 찾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당일 시행했던 혈액배양검사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병원 측이 사망한 3명의 신생아한테 특정 증상이 나타나자 자체적으로 혈액을 뽑아 검사를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당시 검사를 할만한 증상이 없어 혈액을 채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람 음성균'에 속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는 면역저하자에게 병원감염을 일으킨다.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이 잘 발생해 주로 의료관련 감염으로 전파되는 특징이 있다. 신생아에게 항생제가 남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균은 신생아의 경우 장관에 잘 서식한다. 의료진의 손을 통해 이 균이 전파돼 감염이 발생했던 사례도 몇 사례 보고된 바 있다.
이 균이 속한 그람 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나 신생아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도 그람 음성균에 속한다.
그람 음성균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병원에서 종종 발견된다. 국내 연구팀이 2012년 서울과 경기지역의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조사에서는 그람음성균이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검출됐을 정도다.
여기에다 이번에 숨진 아이들은 모두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 상태였고,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이런 세균 감염이 충분히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폐렴이나 패혈증 쇼크 등을 추정해볼 수 있다. 병원내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신생아들한테 폐렴 증상이 집단으로 발생해 사망위험을 초래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또 세균 감염으로 미숙아의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숙아의 특성상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숨진 4명 중 3명의 미숙아에게서만 확인됐고, 4명이 81분 새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점을 세균 감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동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상태에서는 어떤 균종이든 세균 감염 자체가 아이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최종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명 모두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날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하면서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과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직 현미경 검사 및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야만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면서 "사람마다 면역 상태도 다르고 몸 상태도 다르기에 동시에 사망한 원인을 감염균으로 본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과수가 세균 감염이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사망 신생아의 최종 사인이 확인되기까지는 1개월 가량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검 과정에서 채취한 소·대장 내용물과 체액 등에 대한 조직검사는 물론 중환자실에서 수거된 약품 감정과 오염 여부 검사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사망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관계당국의 추후 조사결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별도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을 가동키로 했다.
김한수 병원 홍보실장은 "사고 원인 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대목동병원 소속 의료진을 배제한 채 역학전문조사팀을 구성했다"며 "역학전문조사팀에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있는 만큼 병원 측에서 수시로 자문할 예정이고, 질병관리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당국과도 유기적으로 협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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