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황 증손 '강노 초상' 귀환…"조선 초상화 높은 경지"(종합2보)

입력 2017-12-19 16:50   수정 2017-12-19 17:19

강세황 증손 '강노 초상' 귀환…"조선 초상화 높은 경지"(종합2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美 경매서 31만 달러 낙찰…"마맛자국까지 담아내"
국립중앙박물관서 관리…"진주 강씨 5대 걸친 초상화 모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정아란 기자 = 김홍도와 신위의 스승이자 시·서·화에 능해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증손자인 강노(姜노<물수변에 老>·1809∼1886)를 그린 초상화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강노 초상화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오면서 강세황 부친 강현(姜현<金+見>·1650∼1733)부터 강세황, 강인(姜인<사람인변에 寅>·1729∼1791), 강이오(姜彛五·1788∼?), 강노까지 진주 강씨 5대 초상화가 모이게 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제1강의실에서 열린 언론보고회를 통해 매우 얇은 한지에 먹과 채색으로 그려진 강노 초상을 공개했다.
강노 초상은 전통 초상화 화법인 배채법(背彩法·뒤에서 채색해 은은하게 배어나도록 하는 기법)을 썼으며 가필이나 보수 흔적이 없어 원상태 그대로 보존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의 크기는 가로 47㎝, 세로 60.7㎝다.
강노 초상의 오른쪽 여백에는 단정한 해서체로 그림 정보를 적은 화기(畵記)가 남아 있다.
이에 따르면 강노가 70세 생일을 맞았던 기묘년(己卯年, 1879) 9월에 그려졌으며 강노를 '판부사'(判府事)로 칭하고 있다.
이는 강노의 아들이 지은 부친 묘지석 내용 중 '기묘년 봄에 판추(판중추부사)가 돼 동짓달 11월에 사임했다'는 내용과 일치해 초상 주인공이 강노라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작품 속에서 강노는 표피를 두른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이 같은 도상은 19세기 초상화 중에서는 드문 편이다.
강노 초상은 얼굴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인물의 기품과 고매한 정신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식은 정반대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초상 제작 당시 일흔이었던 강노의 피부를 생생하게 묘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 눈 밑과 콧등의 마맛자국까지 실감 나게 담아냈다.
김울림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관은 "흥선대원군과 풍파를 헤쳐나간 노 정치가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라면서 "조선 초상화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전신사조'에 성공한 경지"라고 평가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지건길 이사장은 "강노 초상은 회화 자체의 기법이 뛰어나고 보존상태도 대단히 양호할뿐더러 작품 주인공과 제작연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회화사적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날 언론보고회에서는 작품의 환수과정도 상세하게 공개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0월 미국 조지아주 남동부 서배너의 에버러드 경매·감정소에 강노 초상이 출품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평가위원회 및 긴급매입심의위원회 개최, 전문가 실물조사 등을 통해 진품임을 확인한 뒤 낙찰받아 지난 8일 국내로 들여왔다. 낙찰가는 31만 달러(3억3천600만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김동현 차장은 "경매에 출품됐을 당시 이 작품은 '조상을 그린 한국의 초상화'라는 설명만 있었다"라면서 "재단은 그림 옆 묵서 내용을 판독해 강노를 그린 1879년 작품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노 초상 소장자는 서배너에 사는 미국인으로, 그는 1년 반 전에 가톨릭 교회에서 자산을 처분할 때 내놓은 그림을 구매했다. 교회는 강노 초상을 기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림이 국내에서 빠져나간 정확한 경위는 규명되지 않았다.
강노는 1837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1848년 병과에 급제했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면서 중용됐고, 병조판서와 좌의정을 지내기도 했다. 1883년 탄핵을 당해 경남 함양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4년 뒤 사면됐다.
강노보다 선대인 강이오는 강노의 당숙이다. 강이오의 아버지인 강신(姜信)은 강세황의 다섯째 아들이고, 강노의 할아버지인 강빈(姜빈<사람인변에 賓>)은 강세황의 넷째 아들이다. 강인은 강세황의 첫째 아들이다.
강노의 선조들도 대체로 높은 벼슬을 했다. 강현과 강세황은 고위직을 지낸 연로한 문인만 들어갈 수 있는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했고, 강이오는 무과에 급제해 관직은 군수에 머물렀으나, 문인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진주 강씨 5대를 그린 초상화 가운데 강현 초상과 강세황 초상, 강이오 초상은 보물로 지정됐으며,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강세황 특별전에서 모두 공개된 바 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강노 초상을 인수받기 전인 지난 9월 강세황의 손자인 강인 초상을 서울옥션 경매에서 3억5천만원에 구매했다.
강노 초상의 환수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진주 강씨 초상화는 모두 10점으로 늘었다. 박물관에는 강현부터 강노까지 5대의 초상화 9점 외에도 강현의 16대조로 진주 강씨 은열공파의 시조인 강민첨(姜民瞻·963∼1021)을 그린 18세기 초상화가 있다. 왕가를 제외하고 이처럼 대대로 초상화를 남긴 집안은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우리나라 초상화 자체가 세계 미술사에서 특이한 장르"라면서 "몇 대에 걸친 초상화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우리 박물관의 세계문화유산적인 가치 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진주 강씨 5대의 초상화를 함께 선보이는 기획전을 내년 8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psh59@yna.co.kr,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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