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떠난 내 동생아…" 고개 떨군 광교 화재 유족

입력 2017-12-26 17:13   수정 2017-12-26 17:24

"성탄절에 떠난 내 동생아…" 고개 떨군 광교 화재 유족

친형 권유로 5년 전 건설업계 입문…성탄 근무 중 '날벼락'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이쪽(건설업계) 길도 있다고 조언을 한 사람이 저 인데….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성탄절인 25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공사장 화재로 숨진 이모(29)씨의 형(36)은 26일 빈소가 차려진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눈물을 흘렸다.


이씨의 형은 "동생은 당초 전공을 살려 취업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퇴사했다"며 "그 후 내가 '이쪽(건설업계)에도 네 길이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다"고 고개를 떨궜다.
숨진 이씨는 5년여 전 기계·설비 회사에 취업해 지금까지 전국 공사현장을 돌며 성실히 일해왔다.
공사가 시작되면 종료 시까지 2∼3년간 상주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씨는 최근 서울 현장 공사가 끝나 광교 현장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배관 설비와 관련한 공정 및 안전 등 전반을 다루는 공사관리자(대리 직급)로 근무했다.
이씨의 형은 "지난 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며 "동생이 무뚝뚝한 편이라 애닳는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라는 따뜻한 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23일인가 24일에 동생이 (부모님 계신 곳으로) 내려와서 어머니와 식사했다"며 "자신이 외지에 나가 돈을 번다고 밥을 사기도 하는 동생이었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날벼락 같은 사고는 성탄절이자 이씨의 형 생일인 25일 갑작스레 발생했다.
이씨의 형은 "서울에 다녀오는 길에 지인으로부터 '저기(광교 화재 현장) 네 동생이 있는 곳인데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왔다"며 "곧바로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구조됐다길래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크리스마스는 내 생일이기도 한데 동생이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를 찾은 공사 관계자 사이에서는 숨진 이씨가 동료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대피가 늦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SK건설 관계자는 "이씨가 현장에서 대피하던 중 '안쪽에 동료들이 남았을 것'이라면서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동료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대피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25일 오후 2시 46분께 수원 이의동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희생됐다.
화재 당시 공사장 근로자는 121명은 대부분 화재현장을 빠져나오거나 구조됐으나, 이씨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이에 소방당국은 인력 100여 명을 투입, 수색을 벌여 지상 1층에 있던 이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kyh@yna.co.kr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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