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군소 조직 40개 '소치 회의' 보이콧…"러, 유엔 무력화 시도"
親터키 조직 등은 결정 못 내려…참가하면 아사드 인정하게 돼 고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내전 '승전국' 러시아가 주도하는 과도체제 협상을 앞두고 반정부 진영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25일 밤(현지시간) 일부 시리아 반군조직이 다음달 29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아흐라르 알샴'을 비롯해 약 40개 조직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비난하면서, 소치 대표자회의는 러시아가 유엔 주도의 평화회담을 우회하려는 수단이므로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성명이 반정부 세력 전체가 소치 대표자회의를 보이콧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미흡하다.
성명에 참여한 40개 조직 대부분은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한 강경 조직 또는 군소 조직이며, 이 가운데 일부만 앞서 제8차 유엔 시리아 회담에 참여했다.
8차 유엔 회담을 앞두고 단일 대오를 형성한 반정부 협상단에서는 아직 소치 회담 참여 여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사실상 승전국인 러시아는 이란, 터키와 손잡고 시리아 사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소치 대표자회의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은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반정부 진영이 8차 유엔 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코뮈니케에서 "과도체제에서 아사드를 배제한다"는 선언과 배치된다.
반정부 세력이 소치 대표자회의에 참석한다면 이는 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시리아내전 7년간의 투쟁 명분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대표적인 국외 반정부세력 협의체인 '시리아 국민동맹'(SNC)의 미디어 책임자는 독일 dpa통신에 "러시아는 소치 회의로 제네바(유엔) 회의를 우회하려 하고, 시리아인에게 러시아가 바라는 조건을 부여하려 한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입맛대로 개헌을 추진하리라는 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리와 무타셈'(무타셈 여단) 조직의 무스테파 세자리는 AFP통신에 "우리는 러시아를 정직한 중개자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정부 진영은 구성원 성격과 지원세력에 따라 복잡하게 분열돼 있어 한목소리로 소치 회의를 거부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표적인 반군 후원자인 터키는 아스타나 회담의 '보증국'으로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소치 회담에 합의한 주체다.
자밀 카드리 전 시리아 부총리가 이끄는 러시아 연계 반정부 세력은 소치 회의에 가장 적극적이며, 북부의 쿠르드계 인사들도 참여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SNC도 아직 공식적인 거부 성명을 내지 않았다.
당분간은 반정부 진영 내부에서 소치 대표자회의 참여 여부를 놓고 논쟁과 신경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정부 세력은 내전 패배로 협상의 지렛대를 거의 상실했기에 시리아 사태 논의는 결국 러시아의 의도에 가깝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베이루트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의 예지드 사이그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제네바(유엔) 방식의 외교적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그 연구원은 러시아의 의도대로 현재 시리아정부에 반정부세력이 편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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