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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역사는 원칙대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 투트랙 천명(종합2보)

입력 2017-12-28 17:33   수정 2017-12-28 17:51

문대통령, '역사는 원칙대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 투트랙 천명(종합2보)

위안부 합의 '불인정' 확실히 밝혀…"절차·내용 중대한 흠결" 지적
외교적 후폭풍 예상…한일정상 '셔틀외교' 복원에 상당한 시일 걸릴 듯
靑관계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 위한 대통령 의지 확고" 강조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로 꼭 2주년을 맞은 '12·28합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로 규정됐던 이번 합의가 절차와 내용상으로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협상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등 역사 문제와는 별도로 관계 정상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투트랙' 접근 방식을 통해 한일관계를 전향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합의 TF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한·일 국가 간 합의를 공식 부정하고 나오는 데에는 그만큼 이번 합의가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는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사실상의 '이면합의'로 보이는 비공개 합의 부분이 존재했음에도 이전 정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부인한 데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고 지적했다.
사실 전날만 해도 청와대는 위안부 합의 TF 결과에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보고서가 지적한 사항들을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한일관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직접 TF활동 결과를 보고받고 참모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기존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외교적 재협상에 맡겨 풀어나가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유의 소신과 함께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기본원칙을 도외시한 이번 합의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 따라 정부는 '12.28합의'는 우리 국민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확고히 하는 가운데 기존의 '정치적 협상'에 얽매이지 않는 국내적 조치와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피해자 의견청취를 중심으로 정부의 후속조치가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의견청취 결과와 함께 학계 등의 자문을 얻어 구체적인 방향을 도출해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또 한 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무엇보다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들 입장이 배제됐고 국민의 여론이 배제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의 핵심 대목은 역사문제와는 별개로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데 놓여있다. 위안부 문제는 그것대로 외교적 협상에 맡겨 풀어나가되, 한일관계는 안보분야를 중심으로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역사는 역사대로 진실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다뤄갈 것"이라며 "동시에 저는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하다"며 "이것이 오늘 입장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역사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와 아베 내각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있어서 재협상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경우 관계정상화는 요원해진다"며 "역사는 완전한 진실규명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관계정상화는 미래지향적으로 추구해나간다는 것이 기본 기조"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일 차원의 대북 공조가 가장 긴요하다는 상황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한일관계가 한미일 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만큼 외교안보 라인에서 미국과 (오늘 발표된 입장과 관련한) 내용을 공유했으리라 본다"고 말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외교적 갈등을 '봉인'하는 식으로 풀었던 사드 문제처럼 위안부 합의를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는 '역사문제와 관계정상화라'는 투트랙 기조로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YNAPHOTO path='PYH2017122813620001300_P2.jpg' id='PYH20171228136200013' title='문 대통령, '깊은 생각'' caption='(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TF의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된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scoop@yna.co.kr' />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을 풀었던 방식으로 해결하나'라는 물음에 "애초 한일관계에서 취해 온 투트랙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경우 피해자들이 생존해있는 데다 여야 가릴 것없이 국민 정서가 합치돼있는 이슈이고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인권사안이라는 점에서 일본 측의 책임있는 행동 없이 정부가 의도적으로 봉합하고 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문 발표는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기존 정부 간 합의를 부정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한일관계 경색 등 후폭풍이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실상 위안부 합의 파기로 비칠 수 있는 이번 입장을 두고 "합의 파기인지는 이 단계에서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외교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한·일 양국이 '셔틀외교'를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당분간 스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하는 것도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일 정상이 전화통화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대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총리의 방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지적에도 "제가 평가할 일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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