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어린이의 성적 문제행동, 어떻게 해야 할까

입력 2017-12-29 07:00  

코흘리개 어린이의 성적 문제행동, 어떻게 해야 할까
성장후 폭력·약물중독 등 범죄 가능성, 방치해선 안돼
음란 영상 등 노출 피하고 '사회적 피해자' 케어·교육 추진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팬티 속에 손을 넣어 만졌다."," 자기 속옷을 내리고 이상한 짓을 시켰다."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 당국에 털어놓거나 최근 세계적으로 연이어 폭로되는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 "미 투"에서나 들을 법한 말들이다. 그러나 이 대화는 놀랍게도 일본 어린이들 사이에서 오간 내용이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성적 욕구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10세 미만 어린이들 간의 대화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NHK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전국에서 어린이들끼리의 성적 문제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NHK가 지난 11월 일본 전국의 아동상담소 23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 5년간 적어도 275건의 성적 문제행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욕구가 낮은 것으로 간주되는 사춘기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적 문제행동을 조사한 결과다.
3년 전 피해를 당했다는 당시 6살 여자 어린이의 엄마는 NHK에 딸이 동급생 남자애가 자기 성기 주변을 만졌다고 말했다. 딸이나 동급생 남자애 모두 아직 6살짜리 코흘리개였기 때문에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남자애의 행동을 목격하고 나서야 딸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남자애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몰랐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런 문제는 손해를 입은 어린이 자신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면화되기 어렵다.


사춘기 전 어린이의 성적 문제행동은 왜 일어날까. 어린이들이 다니는 보육원의 한 보육사는 집에서 부모가 성인 비디오를 보거나 폭력적인 비디오를 보는 가정의 어린이가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극이 강한 성적 영상을 본 것이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온 적이 있다.
미국의 한 대학이 200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적 문제행동을 일으킨 3~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TV에서 어른의 나체를 본 경험이 있는 아이가 46%, TV에서 성행위를 본 경험이 있는 어린이가 35%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에는 어린이가 어른들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을 접할 기회가 늘었고 광고 사이트 등에서 예기치 않게 성적인 영상이 나와 보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뇌과학자인 가토 도시노리(加藤俊?) 의사에 따르면 어린이의 뇌는 선악을 판단하는 전두엽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인 영상을 보고 선악 판단을 하지 못한 채 흉내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둔 부모는 포르노 사진이나 그런 종류의 DVD, 비디오 등을 어느 정도로, 어느 시기에 억제해야 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생활주변에 범람하는 성적 영상이 어린이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사카(大阪)대학의 후지오카 준코(藤岡淳子) 교수는 "성적인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어린이는 사물을 극단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어른이 된 후 폭력이나 스토커, 약물중독 등의 범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는 가해, 피해와 관계없이 모두 피해자인 만큼 피해자에 대한 케어와 입은 피해가 가해로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으며 모두를 '사회의 피해자'로 인식, 사회 전체가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HK는 어린이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통해 예기치 않게 성적인 영상을 접하거나 성적인 사진이 실린 스포츠 신문이나 잡지 등을 아무 데나 방치하는 일, 또는 목욕 후 가족들이 보는 곳을 나체로 걷는 모습 등도 성적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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