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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내년 농사 어떡하나"…바짝 마른 청도 운문호

입력 2017-12-30 08:30  

[르포] "내년 농사 어떡하나"…바짝 마른 청도 운문호
저수율 11.8%, 준공이래 최저…하류 동창천 물 흐르던 자리엔 흙·자갈만
주민 "올여름 이후 비 구경 힘들어"…겨울 가뭄에 식수 공급도 차질 우려

(청도=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여름 이후 비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물이 바짝 말랐어요."


29일 기자가 찾아가 본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호. 가장자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수위를 측정할 수 있도록 기둥에 표시해 둔 눈금 한참 아래쪽에 수면이 닿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운문권관리단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운문댐 수위는 125.42m다. 취수할 수 있는 최저 수위인 122m까지 내려가기 직전이다.
운문댐 하류 동창천에는 농번기가 끝난 10월부터 댐 방류를 중단해 물이 흐르던 자리에는 흙과 자갈만이 남았다.
한때 물속에 잠겨 자랐을 식물은 군데군데 누르스름하게 말라 엉겨 붙었다.
동창천 한가운데 조금 고인 물에는 백로 한 마리가 외로이 발을 담그고 있을 뿐 오리 등 다른 생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운문호 근처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은 "청도에서 살면서 올해처럼 비 구경을 못 한 적이 없었다"며 "운문호가 저렇게 마른 것도 처음 본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영천·청도와 대구 동·수성구 주민 식수원인 운문댐이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율이 1996년 준공 이래 최저 상태를 나타냈다.
이달 28일 기준 저수율은 11.8%로 지난해 비슷한 시기 62%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경북지역 강수량이 작년과 비교해 50∼7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저수량은 1천895만t으로 지난해 1억t과 비교하면 약 20% 선에 그친다.


당장 주민 식수공급이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수자원공사 운문권관리단 관계자는 "지금 운문댐에 있는 물은 내년 봄까지 청도와 영천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대로 가다간 동·수성구에 수돗물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금호강 비상공급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다음 달까지 277억원을 들여 금호강 상류 경산 취수장 인근에 취수시설을 설치하고 경산네거리까지 2.6㎞에 도수 관로를 신설해 고산정수장으로 물을 보낼 계획이다.
경산시도 이에 맞춰 취수시설을 확충하기로 해 비상시 대구 동·수성구와 경산 주민은 금호강 물을 공급받게 된다.
식수난뿐 아니라 농업, 관광업 등에서도 갖은 어려움으로 지역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
운문면 방지리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한 60대는 "올해는 지하수를 끌어와 농작물을 키웠다"며 "비도 없고 눈도 없으니 내년에는 농사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운문호 주변을 비롯해 운문사로 가는 방향에는 이따금 지나가는 업무 차량 외에는 오가는 차를 구경하기조차 어려웠고 행인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썰렁한 모습이었다.
운문사 초입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62)씨는 "오늘 하루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운문호가 말라버리니 볼 것도 없고 관광객도 없어 시끌벅적할 연말인데도 개점휴업 상태다"고 한숨 쉬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농업용 저수지는 아직 저수율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내년 모심기 때까지는 농업용 저수지 사용이 가능할 것 같지만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모심기 이후나 밭작물 농사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ms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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