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50년새 40% 줄어…학생감소에 서울 사립초 첫 폐교신청

입력 2017-12-31 12:37   수정 2017-12-31 14:39

초등생 50년새 40% 줄어…학생감소에 서울 사립초 첫 폐교신청
1965년 449만명서 올해 267만명…전교생 60명 이하 초교 1천474곳
2011년 이후 211개 통폐합…은혜초 폐교 인가 여부는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재영 기자 = "1986년 11월 18일 학급당 50명씩, (학년당) 4학급, 전교생 총 1천200명으로 학칙 변경".
학생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이유로 겨울방학을 앞둔 지난 28일 학부모들에게 폐교를 통지한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연혁을 살펴보면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1966년 개교한 은혜초등학교는 1년여 후인 1967년 학년당 5학급, 총 30학급으로 학급 수를 조정한다. 학급당 학생이 50명 안팎이었다는 초기 졸업생들 말을 토대로 추산하면 당시 전교생은 1천500명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 기준 은혜초 전교생은 정원(360명)의 65.3% 수준인 235명이다. 1986년부터 올해까지 불과 30년 사이 학생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학생 감소는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997년 75만6천542명이었던 서울 초등학생은 2016년 43만6천121명으로 약 42.4%(32만421명) 감소했다.
교육부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1965년 전국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은 449만1천345명, 1975년 559만9천74명, 1985년 485만6천752명, 1995년 390만5천163명, 2005년 402만2천801명, 2015년과 올해 각각 271만4천610명과 267만4천227명이다. 1965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4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1970년대까지 초등학생이 많이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0년대 들어 확연히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입학자 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여 1995년 62만5천218명에서 2005년 62만4천511명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는 43만5천220명에 그쳤다.
학생이 감소하면서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도 늘었다.
작년 현재 전체 초·중·고등학교(1만1천838개)의 17.7%인 2천92개가 소규모 학교이며 이중 초등학교가 1천474개로 70.5%를 차지한다. 2011년 이후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정책'으로 통폐합된 소규모 학교는 285개로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211개였다.
은혜초는 학생 감소를 이유로 폐교를 신청한 첫 서울지역 초등학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은평구 알로이시오초등학교가 문을 닫았지만, 이 학교는 고아들을 돌보던 학교로 고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학교를 더 운영할 목적이 없어져 폐교한 경우였다.
학령인구 감소가 은혜초 학생감소의 유일한 이유라고 보긴 어려운 면도 있다.
은혜초 인근 공립초등학교인 연천초는 전교생이 328명, 수리초는 541명, 대은초 406명, 불광초 957명으로 은혜초보다 학생이 많다. 특히 은평뉴타운 쪽 학교들을 중심으로 은평구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과밀 문제도 제기된다.
이를 두고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런 식의 수업에 강점을 가진 사립초인 은혜초가 타격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은혜초가 실제 폐교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단 한 명이라도 은혜초에서 졸업하길 원하면 폐교 인가를 내줄 수 없다는 태도다. 학교를 폐교하려면 설립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감 인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8일 은혜초가 제출한 폐교 인가 신청에 대해 학생재배치계획 등 후속조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은혜초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들 신입생과 재학생 전체가 동의하지 않는 한 폐교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 졸업을 기다리려면 폐교에 길게는 6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현재 폐교반대 서명과 함께 법적 대응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법인이 폐교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학교를 성실히 운영하길 기대하긴 어려워 결국 폐교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인의 적극적 지원 없이 간판만 '유지'만 되는 학교라면 학생들이 먼저 떠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혜초는 현재 교직원들 성과상여금 일부도 지급하지 못할 수준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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