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새해 첫날을 안타깝게 한 '안전불감증' 사고

입력 2018-01-01 19:20   수정 2018-01-04 14:47

[연합시론] 새해 첫날을 안타깝게 한 '안전불감증' 사고

(서울=연합뉴스) 새해 희망으로 부풀었던 연말에 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어선 전복사고가 났다. 사고 선박은 여수 선적 40t급 저인망어선인 203 현진호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7시 18분께 제주시 추자도 남쪽 15㎞ 해상에서 뒤집힌 상태로 다른 선박에 발견됐다. 조업 중이던 8명 가운데 6명은 다행히 구명벌을 타고 탈출했다. 출동한 해경이 신고 4시간 만에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한 명이 사망했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다가 파도에 맞아 전복됐는데, 실종된 2명은 높은 파도 때문에 구명벌에 타지 못했다고 한다.

현진호는 사흘 전인 12월 28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출항했다. 출항신고는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로 이뤄졌는데 정작 사고가 났을 때는 조난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다. 어선 위치를 알려주는 V-PASS가 출항 20분 만에 꺼졌기 때문이다. 현진호가 전복된 위치는 어종 보호를 위해 저인망어선 조업을 금지한 해역이다. 불법조업을 숨기려고 V-PASS를 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연히 부근을 지나던 다른 선박에 일찍 발견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인명피해가 훨씬 커졌을 수 있었다. 출항한 어선이 위치발신기를 끄는 문제는 작년 11월 흥진호 사건 때도 불거졌다. 당시 동해에서 조업하던 흥진호는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났는데도 해경은 전혀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흥진호는 복어가 잘 잡히지 않자 일부러 위치발신기를 끄고 북한 해역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전 위치도 허위로 보고했다니 해경이 북한 나포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잘못했으면 남북 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커질 수도 있었다. 근해 어업을 하는 소형 어선에선 이런 일이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해경의 단속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례로 추자도 인근의 조업금지 해역에서 적발되는 저인망어선은 한해 10여 척에 불과하다고 한다.

새해 첫날 강릉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해돋이 관광객의 불법주차 차량이 경포 119안전센터 앞과 접근로를 가득 메워 사실상 소방서가 봉쇄됐다고 한다. 결국, 해돋이 관광 인파가 몰린 경포해수욕장에 나갔다가 돌아온 소방차와 구급차가 30분 넘게 차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행히 그때 별일 없었기에 망정이지 큰불이라도 났더라면 소방차가 출동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불이 날 때마다 불법주차 문제가 빠지지 않고 지적된다. 시민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참혹한 일을 겪고도 며칠 뒤 불이 났던 제천 스포츠센터 인근 도로 등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다시 즐비했다. 정말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안전의식은 함께 사는 사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 도덕률이다. 타인의 안전을 위한 배려이지만 결국,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나 자신은 타인 입장에서 본 '타인'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보통이라면 시민의식의 고양을 통해 점진적 개선을 유도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지경에 이르고 보면 자율적 개선만 기대하고 있을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 정부는 관련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회도 최우선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데 협력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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