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50대, 28년간 강제노역…사업주 처벌 '아직’

입력 2018-01-02 15:32   수정 2018-01-02 15:49

지적 장애 50대, 28년간 강제노역…사업주 처벌 '아직’
장애인인권센터 상담 통해 피해 드러나…40대 1명도 8년 만에 굴레 벗어



(의정부=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오랜 세월 강제노역에 시달린 장애인들의 사연이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 상담 등을 통해 드러났다.
2일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에 따르면 정신지체 장애 2급인 40대 A씨는 2009년 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경기북부의 한 전통시장 야채가게에서 사실상 무보수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살았다.
30대 중반까지 충청도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A씨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가게 사장에게 속아 가게에 오게 됐다.
A씨는 이후 8년간 난방도 안 되고 씻을 공간조차 없는 가게 귀퉁이 방에서 생활하며 배달, 짐 나르기, 가게 보기 등 주인이 시키는 온갖 잡일을 했다.
사장에게 잦은 욕설은 물론 폭행까지 당했다고 한다.
A씨가 이렇게 일한 대가로 얻은 거라곤 부실한 끼니와 잠 자리 외에 없었다.
사장이 A씨에게 지급한 보수는 몇 해 전 숨진 양아버지 명의의 통장에 입금된 돈 300여만원이 전부다.
A씨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한글을 모르는 데다 버스조차 혼자 탈 수 없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
친모와 동생도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등 도울 여력이 안돼 A씨는 강제노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추워도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일만 하면서 돈도 못 받는 불쌍한 사람이 있으니 구해달라'는 주민의 제보 전화 한 통으로 강제노역에서 벗어나게 됐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두 달간 A씨를 설득해 가게에서 나오도록 한 뒤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살피고 있다.
지적 능력이 온전치 못한 50대 초반 B씨의 사연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B씨는 1987년 서울 근교에서 부모와 함께 살다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가 됐다.
B씨는 부모는 28년이 지난 2015년에야 시의 도움으로 강제노역에서 벗어난 B씨를 만났다.
B씨는 그동안 자신이 살던 곳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주인 말에 속아 따라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B씨의 부모는 지척에 아들을 두고도 30년 가까운 세월을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다.
B씨의 사연은 부모가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를 찾아와 사업주 처벌 방안을 상담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A씨와 B씨에게 각각 강제노역을 시킨 사업주들은 아직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가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형법 위반 등 혐의로 이들을 각각 고발, 해당 사건들은 검찰 수사 또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업주들이 마치 오갈 데 없는 사람을 보살펴 준 것처럼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들은 피해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기껏해야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받는 선에서 재판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이들에 대한 범법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사회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북부 장애인인권센터는 2016년 12월 경기북부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장애로 인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대한 전화(☎ 1522-0031) 상담 등을 진행한다.
wy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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