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서방, 이란시위 섣부른 개입 말라"…미국과 다른 의견

입력 2018-01-03 10:43   수정 2018-01-03 10:46

FT "서방, 이란시위 섣부른 개입 말라"…미국과 다른 의견

영미언론 사설…WP "트럼프 시위대 지지 옳았다" 주장
"시민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대이란정부 권고는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민생고를 이유로 연말부터 계속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이란 정부에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 내 강경파가 다시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영국에서는 서방이 이란 시위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미국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온당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위 부채질이 옳았다는 견해가 목격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시위에 관해 나란히 사설을 싣고 이란 정부에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대신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WP는 '서방은 이란 시위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변화에 대한 이란 대중의 요구는 정당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이란 시위대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잘한 일이며 그동안 이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던 유럽 지도자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연일 이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시위 확산을 부추겨왔다.
WP는 이란 사회의 근본을 뒤흔든 지난 2009년의 이른바 '녹색운동' 반정부 시위와 이번 시위를 비교하면서 개혁과 보수 진영으로 선명하게 나뉘었던 당시와 달리 이번 시위는 "지도자도, 명확한 어젠다도 없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도·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맞서는 이란 내 강경파가 이번 시위를 부추겼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번 시위가 2009년 시위보다 더 폭력적인 양상을 보여 자칫 강경 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 주말 "비판·저항은 시민의 권리"라며 반정부 시위를 포용하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트럼프 정부와 다른 서방 정부는 이란에서 유혈 사태가 또 발생할 경우 외교력과 제재에 대한 위협을 통해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문은 서방 지도자들에게 "이란 내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만큼 이란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서방 지도자들은 평화로운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도 '테헤란은 시위대에 귀 기울이는 게 현명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란 국민은 자원을 국내 개발에 투입하는 대신 외국 사업에 낭비하는 정부에 지치고 있다"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은 아마 성공하겠지만 이란 정부는 경고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은 호전적인 외부 세력의 부추김은 이란 내 강경파들을 도울 뿐이라며 외부의 섣부른 개입에 대한 자제도 촉구했다.
FT는 "(이란) 강경파들이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려고 물가 상승과 개선되지 않는 생활 수준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이번 사태에 경솔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 정부 내 매파와 워싱턴의 매파 정권 사이에 끼었다며 "현 제도에서는 로하니 대통령이 여전히 변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는 "현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외부 개입은 이란 강경파들에게 강경 진압을 위한 완벽한 구실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는 로하니 대통령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호전성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미 정부의 많은 이들이 바라듯 이란 정부를 더 압박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라며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점진적 변화를 북돋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WP도 서방 세계의 섣부른 개입 시도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의 동력을 약화하고 이란 정부의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줄 만한 행위는 피해야 한다"며 "가장 피해야 할 행위는 무엇보다도 2015년에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모색해야 하는 유럽 정부들과 미국 간에 단절을 초래하고 이란 정부에게는 국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외부의 위협을 제공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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