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모내기'는 민족 형식을 이발소 그림서 찾은 작품"

입력 2018-01-04 16:12   수정 2018-01-04 18:59

신학철 "'모내기'는 민족 형식을 이발소 그림서 찾은 작품"
8명의 원로작가 대담집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1'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신학철의 '모내기'는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농민들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상단에, 한 농부가 탱크와 코카콜라 등 쓰레기를 쟁기로 밀어내는 모습을 하단에 배치한 유화다.
1987년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 '통일전'에 등장했던 이 작품은 여러 차례 굴곡을 겪었다. 작품은 2년 뒤 이적표현물로 몰려 압수됐고 작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기소됐다. '모내기'는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의 반환 권고와 정부의 거부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온 작품을 최근 정부가 국립현대미술관 위탁관리를 추진하면서 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신 작가는 4일 발간된 책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1'(현실문화 펴냄)에서 '모내기'를 "민족 형식이라는 것이 이발소 그림에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 그린 그림"이라고 회고했다. 이발소 그림은 과거 이발소에서 흔히 걸렸던 다소 촌스러운 느낌의 그림들을 이른다.
"제 그림을 두고 후배들 거의 다가 서양 냄새나는 그림이라고 비꼬기도 하고, 사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를 비꼬기도 했어요. 그러면 나도 너희 따라 그런 민중적이고 민족적인 양식으로 하나 해보자고 생각해서 그린 것이 '모내기'였어요. 나는 (민중미술의 특징인) 테두리에 거부감이 들어서 일반 민중들이 좋아하는 이발소 그림을 그린 거라고 할 수 있죠."
신 작가는 "예전에 '민중미술'이라고 불렀던 것도 지나고 보니 다 지식인들이 생각하고 좋아했던 미술이 아니었든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설명 없이도 누구나 가까이 다가가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은 이발소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자본 권력의 수탈과 착취 등을 주로 그려온 신 작가는 '한국근대사' 연작을 두고 "일반 민중이 좋아하는 사진과 같은 사실적인 묘사를 예술을 위해 억제하지 않았다"라면서 "이발소 그림과 기법이나 태도는 거의 같다"고 강조했다.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1'은 2015년 민미협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된 책으로 다소 출간이 늦어졌다. 민미협은 현실과발언 등과 함께 1980년대 거세게 일어났던 리얼리즘 참여미술인 민중미술을 표방한 단체 중 하나였다.
책은 주재환, 심정수, 신학철, 손장섭, 박석규, 김정헌, 김인순, 강연균 등 민중미술의 원로작가들을 8명의 평론가와 미술사가가 각각 심층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이를 통해 민중미술을 태동시킨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어떻게 혁신적인 미술을 하게 됐는지 등을 짚어본다.
그동안 민중미술론을 주도했던 평론가들이 아닌, 작가들이 스스로 어떻게 민중미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는 "민중미술은 아직도 충분한 연구와 조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1세대 작가 중 벌써 고인이 된 분들이 여럿인 만큼 작가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도 책 출간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박응주·박진화·이영욱 편. 416쪽. 3만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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