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호남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새해 들어 경기 북부 수도권까지 북상했다.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강원도 철원과 인접한 경기도 포천까지 번져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포천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을 검사한 결과, 사료에서 검출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4일 확인됐다. 앞서 전남 3개 시·군(영암·고흥·나주) 7곳과 전북 2개 시·군(고창·정읍) 2곳 등 모두 9곳의 오리 사육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올겨울 들어 수도권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포천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산란계 농장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유형의 AI는 오리보다 닭에 더 치명적이다.
농식품부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산란계 농장의 계란 반출을 주 2회로 제한했다. 또 AI 확산의 주범인 계란 수집차량의 농장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계란의 유통은 거점 환적장에서만 하도록 했다. 경기도는 3일 오후 3시를 기해 도내 31개 시·군에 48시간의 '가금류 이동 중지 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내렸다. 포천과 인접한 철원에 대해서는 강원도가 24시간의 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경기도는 AI가 발생한 포천 농가에서 사육하던 닭 19만7천 마리를 살처분하고, 최근 1주일간 포천 지역에서 반출된 계란 38만5천 개 중 20만 개를 수거해 폐기했다. 방역 당국은 포천 AI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를 방역대로 설정하고, 반경 3km 이내 18개 농가의 닭 38만5천 마리를 추가 살처분하기로 했다. 전국 최대 닭 산지 중 하나인 포천에선 291개 농가가 815만5천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1년 전에도 31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256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다.
국가적 대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개최지에서 비교적 멀지 않은 수도권까지 AI가 올라와 특히 걱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AI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와 인접한 포천까지 진입했다는 것은 우리의 비상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만일 확산을 차단하지 못해 강원도까지 퍼지면 지구촌 축제인 평창올림픽 개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 이미지도 떨어질 것이다. 방역 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AI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천과 인근 지역의 닭 사육농가와 주민도 각별한 관심을 두고 방역에 적극 협조했으면 한다. 당국이 아무리 애를 써도 주민 협조가 없으면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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