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제트 여객기 MRJ '갈수록 태산'

입력 2018-01-05 13:59  

일본 첫 제트 여객기 MRJ '갈수록 태산'
경쟁사들은 에어버스·보잉과 제휴 움직임
인도시기 연기 반복에 2016년來 신규수주 '0'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첫 국산 제트여객기 꿈을 실현할 MRJ(미쓰비시 리저널 제트)가사면초가에 빠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5일 보도했다.
고유가 현상이 덜해지며 높은 연비를 내세운 MRJ의 비교 우위가 약화한 데다 라이벌 소형 여객기 제작사들이 에어버스, 보잉 같은 구미 대기업과 제휴하면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실례로 경쟁사인 캐나다 봉바르디에의 소형 제트기 C시리즈 사업이 유럽 에어버스 산하로 들어간다고 지난해 10월 발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보잉이 브라질 소형여객기 업체 엠브라에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MRJ 개발담당 미쓰비시중공업 간부는 "놀랐다.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항공기제작 업계에서는 중대형기 시장을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한 상태고, 소형기는 약 80%를 엠브라에르와 봉바르디에가 장악했다. 일련의 제휴로 세계 항공업계가 두 진영에 집약될 가능성이 있다.
구미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해 소형기 시장에 뛰어든 MRJ로서는 캐나다와 브라질의 두 업체에 부품 조달력은 물론 판매망에서도 밀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특히 영업력에서 MRJ가 대항하기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MRJ는 2008년 전일본공수(ANA)에서 최대 25기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 스카이웨스트항공에서 최대 200기, 일본항공(JAL)에서 32기 등 계약을 맺어 수주가 447기까지 늘었다.
그런데 5차례에 걸친 항공기 인도 연기로 ANA에 대한 첫 인도는 당초 예정한 2013년에서 7년이나 늦어진 2020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지연으로 신규수주는 2016년 7월 이후 제로(0)다.
MRJ는 경쟁사보다 20% 이상 연비가 좋은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지만 최근 원유가격은 배럴당 50~6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2011~14년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항공업계 사정에 밝은 하시모토 야스오 오비린대학 교수는 "MRJ를 사는 것보다 연비가 좋지 않아도 저렴한 중고를 사는 편이 전체적으로 싸다. MRJ의 우위성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사면초가 처지는 심화하고 있다. 최대 40기를 발주한 미국 이스턴항공이 작년 6월 경영부진에 따라 미 스위프트항공에 인수됐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대형기만 사용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미쓰미시중공업 미야나가 준이치 사장은 "(이스턴과의 계약은) 자칫 무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항공 컨설턴트는 "현 시점에서 취소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납입 지연에 따른 위약금이 입금되기 때문"이라는 냉정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개발 전망도 예단하기 어렵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당초 다섯 번의 연기 원인이 된 전기배선 등 설계수정을 '2017년 가을께'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2018년에 들어선 현재도 미완성이다.
정부로부터 안전성의 승인을 얻는 '형식증명 비행시험'은 올해 시작되기는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증도 없다.


잇따른 인도 연기로 개발비용도 당초 전망한 2천억 엔에서 5천억 엔(약 4조7천236억 원) 정도로 늘어나는 분위기다. MRJ의 사업화를 위한 개발이나 판매, 재무 등 여러 분야에 과제가 산처럼 쌓여간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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