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첫 공동기수 정은순 "평생 자부심 느껴"

입력 2018-01-10 05:00  

남북 첫 공동기수 정은순 "평생 자부심 느껴"
2000년 시드니올림픽서 北 박정철 유도 감독과 공동입장
"개회식장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 보내 당황하기도"
'깃대 위쪽 잡아라' 주문에 '왜 싸움 붙이나' 불만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남북이 공동입장을 하기로 하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사상 최초의 개회식 공동입장을 통해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기수로는 우리나라 정은순(47), 북한은 박정철(57)이 나서 한반도기를 높이 들고 남북 공동입장이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현재 스포츠 전문 케이블 위성 채널인 KBS N 스포츠 농구 해설을 맡은 정은순 위원은 "18년 전에 제가 공동입장 기수를 맡아서인지 이번에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닌데도 벅찬 느낌이 든다"고 회상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 정 위원은 "시드니에 도착해서 훈련하다가 기수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버텼는데 유수종 감독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문의 영광으로 알아라'고 하셔서 맡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 위원이 기수를 맡는 것에 난색을 보였던 것은 개회식 바로 다음 날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위원은 "그때 우리 목표가 8강이었는데 개회식 다음 날 꼭 이겨야 하는 폴란드와 경기가 있었다"며 "개회식에 가게 되면 다음 날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우려대로 폴란드전에서 저 때문에 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정 위원은 "그런데 못 이길 상대였던 러시아와 경기에서는 또 제가 잘해서 이겼다"고 웃으며 결국 '4강 신화'를 썼던 당시 대회를 떠올렸다.




북한 기수는 유도 감독이던 박정철 감독이었다.
정 위원은 "원래 다른 선수가 북쪽 기수로 나오기로 했었는데 남쪽에서 키(185㎝)가 큰 제가 기수라는 사실에 북한에서 기수를 변경했다"며 "당시 북한이 농구, 배구에 출전권을 못 따서 선수 중에는 키가 큰 사람이 없다 보니 감독인 박 감독님을 기수로 선정했다더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의 키는 178㎝로 알려졌다.
함께 한반도기를 맞잡고 입장하지만, 더 위쪽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 위원은 "박 감독님도 계속 위쪽을 잡으려고 하기에 '나만 그런 주문을 받은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며 "남북 화합의 장이라고 기수를 맡겨놓고는 이런 싸움을 시키다니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당시 29살이던 정 위원은 "사실 저는 그렇게 큰일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입장하는 순간 메인 스타디움에 있던 모든 관중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기에 당황하기도 했고 깜짝 놀랐다"며 "제 주위에는 선수단장이나 임원분들이 주로 계셨는데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 위원은 "그때 공동입장을 하게 되면서 단복도 새로 맞췄는데 다른 선수들은 기성복 가운데 치수가 맞는 것을 입었지만 저는 따로 데려가서 맞춤 단복을 만들어줬던 기억도 난다"며 "이번에는 국내에서 공동입장을 하게 돼 더 감동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는 아직 누가 될지 모르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기수에게 "18년 전의 저처럼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웃으며 "평생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도 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정 위원은 "개회식 입장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정성스럽게 온 힘을 다 쏟아서 기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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