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꿈많던 23세 청년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뒤 부모가 사고 보상금을 청년이 평소 기부하기를 원했던 연탄배달 봉사단체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10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일 해양 전문가를 꿈꾸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로 일을 시작한 23살 청년 정성훈 씨가 숨졌다.
한국해양대를 갓 졸업해 취업한 뒤 2번째 승선한 배에서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로 세상과 이별했다.
열심히 일했고 따뜻한 성품으로 선후배로부터 인정받던 한 청년의 죽음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씨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이달 9일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하는 강정칠 목사에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씨 아버지의 전화였다.
정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아버지는 "우리 성훈이가 매월 2만 원씩 연탄은행에 돈을 보내기를 희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매월 2만 원씩 빠져나가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성훈이 보상금에서 500만원을 보냅니다. 성훈이를 위해 잘 사용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20년 넘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정씨는 숨지기 이틀 전 연탄은행에 매월 2만 원의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돈을 냈다.
정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통장에서 2만 원이 빠져나간 것을 보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정씨는 자신이 멘토로 생각했던 한기철 도선사가 연탄은행에서 봉사와 후원을 한다는 것을 알고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목사는 전화를 받는 내내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강 목사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성훈이의 보상금을 차마 받을 수 없다고, 더 귀한 곳에 사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정씨의 아버지는 되레 간청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목사님 울지 마세요. 그리고 성훈이를 봐서라도 이 돈을 꼭 받아주세요. 너무 작지만 이해 바랍니다"
정씨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좋아하는 대학 야구동아리를 비롯해 다른 단체에도 사고 보상금을 나눠 기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산연탄은행은 이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연탄을 나눠줄 계획이다. 또 기부금 일부를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 사업에도 보탤 예정이다.
강정칠 목사는 "아들을 천국으로 보내며 전해 온 소중한 기부금이어서 따뜻한 활동에 돈을 나눠쓰고 그 뜻을 기리려고 한다"면서 "가슴 아픈 기부금을 받으면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세워 갈 것인가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결정을 알게 되면 분명히 기뻐하고 행복해 할 것"이라면서 "기부 소식이 알려진 뒤 여러 곳에서 문의가 많이 오지만 이제 조용히 아들을 추모하며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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