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체제작가 '반디' 시집 '붉은 세월' 출간

입력 2018-01-18 11:00   수정 2018-01-18 11:58

北 반체제작가 '반디' 시집 '붉은 세월' 출간
"자유를 갈구하는 고통의 서정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북한에 거주하는 반체제작가로 알려진 '반디'의 시집 '붉은 세월- 칼벼랑 막아서도 나는 간다'(조갑제닷컴)가 출간됐다.
반디는 2014년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집 '고발'을 북한인권운동단체인 행복한통일로를 통해 외부 세계에 내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와 일본·포르투갈·영국·미국·캐나다·독일 등 27개국에 판권이 수출돼 번역본이 나왔다. 미국 번역 문학 전문지 '월드 리터러처 투데이'의 '2017 주목할 번역서 75'에 꼽히기도 했다.
반디는 이번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집이자 첫 시집에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에 삶의 고통과 북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시집의 첫머리는 '序詩(서시)'로 이렇게 시작한다.
"북녘땅 50년을/말하는 기계로,/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재능이 아니라/의분으로,/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피눈물에 뼈로 적은/나의 이 글//사막처럼 메마르고/초원처럼 거칠어도,/병인(病人)처럼 초라하고/석기(石器)처럼 미숙해도/독자여!/삼가 읽어 다오."
이후 '불모지', '적염(赤厭)', '님이 그리워', '인생에 부쳐', '소원' 등 5부로 나눠 총 50편의 시를 담았다.
특히 '적염'이란 시에는 이 시집의 제목인 '붉은 세월'을 돌아보는 작가의 고통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붉은 노을은 저리도 비단 같건만/붉은 이 세월은 왜 이리도 가시밭인가요/아 나는 싫어요 저 고운 노을도/살기 싫은 붉은 이 세월과 한빛이어서//붉은 꽃들은 저리도 상냥하건만/붉은 인간들은 왜 이리도 불가사린가요/아 나는 싫어요 저 고운 꽃들도/보기 싫은 붉은 인간들과 한빛이어서//우리 심장의 피빛을 닮았건만/붉은 이 세월은 왜 이리도 악독뿐인가요/아 이내 심장이 백지장 된대도/온누리의 붉은 빛 다 씻어 내고 싶어요"
노골적으로 '수령님'과 체제를 꼬집는 시들도 있다.
"수령님 수령님 수령님/당신은 하늘 우리는 벌레/아무런 벼락이나 다 내리십쇼/그저그저 사랑한단 그 말만 말아줍쇼/그 작은 소원만을 들어준대도/쭉 물어 찢을 생각 안 나오리다//수령님 수령님 수령님/당신은 채찍 우리는 마소/맘대로 때리고 내모십쇼/그저그저 굶지 않고 안 춥게만 해주십쇼/그 작은 소원만을 들어준대도/씽 받아 넘길 생각 안 나오리다//수령님 수령님 수령님/당신은 철쇄 우리는 노예/맘대로 얽어매고 묶으십쇼/그저그저 눈 귀 입만 틀어막지 말아줍쇼/그 작은 소원만 들어준대도/콱 둘러메칠 생각 안 나오리다" ('붉은 백성의 노래' 전문)
"…찧어도 찧어도 텅덕쿵/가난 방알세 텅덕쿵/백결강산의 텅텅방아/온 세상에 소문났소/쌀 좀 주소 텅덕쿵/돈 좀 주소 텅덕쿵//공장들도 백결공장/농장들도 백결농장/공산주의 헛장단에/텅덕쿵 찧어 다 깨진 땅/깁고 기워 천결(千結)강산/만결(萬結)강산 넝마강산" ('백결(百結)강산 텅텅방아' 중)
시인 정호승은 '자유를 갈구하는 고통의 서정시'라는 제목이 해설 글에서 "반디의 시는 수십년간 지옥과 같은 시대를 노예처럼 사는 현실 속에서 쓴 시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서정시의 옷을 입고 있었다"며 "'진달래꽃'의 소월과 '사슴'의 백석과 '오랑캐꽃'의 이용악 등의 시에 나타난 북방 정서를 서정적 언어로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 서정미를 결코 잃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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