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재판에 도움 줄 명목으로 받았다는 증명 안 돼"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판사로 재직할 당시 같은 법원 다른 사건 피고인에게서 청탁성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가성 여부가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18일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변호사 A씨는 청주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13년 7월 3일 사법연수원 동기에게서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당시 청주지법에서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B씨에게서 "재판받는 사건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만원 상당의 술을 얻어먹는 등 그해 11월 18일까지 9차례에 걸쳐 63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아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도 A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술과 안주 등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당시 B씨가 재판을 받고 있던 사실을 알지 못했고, 재판받는 사건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말을 했더니 A씨가 자신이 청주지법 판사라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보면 B씨가 A씨를 만나 사건 내용이나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 알선의 진행 경과 등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면 A씨의 도움을 구하는 게 절실했을 텐데 장시간 술을 마실 때도,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아무런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B씨가 2014년 10월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5년 및 벌금 640억원을 확정판결 받고 나서 2015년 10월께 A씨에게 접대비 2천만원 반환을 요구했다"며 "접대비를 돌려받기 위해 A씨를 고소했을 가능성이나 접대비를 반환받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A씨를 고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을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재판에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B씨에게서 술 등을 얻어먹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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