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동의 협박용?…도심 담벼락에 섬뜩한 '철거예정' 글씨

입력 2018-01-25 07:17   수정 2018-01-25 16:13

개발 동의 협박용?…도심 담벼락에 섬뜩한 '철거예정' 글씨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추진 청주 사직2구역 분위기 어수선
"쫓아내려는 심산"vs"개발 추진하던 과정 시행착오일 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서둘러 집 팔고 이사 가라는 얘기 아니겠어. 뻘겋게 쓴 글씨를 보면 오싹한 기분이 들어"

청주 서원구 사직동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골목길을 걷다가 빨간색 래커로 큼지막하게 '철거 예정지'라고 쓰인 담벼락을 쳐다보며 혀를 찼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는 사직2구역에서는 이런 담벼락 글씨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사 간 지 오래돼 흉물처럼 변해버린 주택은 물론 아직 주민들이 사는 집 담장에도 흉측하게 '철거 예정지'라고 표시돼 있다.
이 지역은 2008년 12월 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한동안 재개발 붐으로 동네가 들썩였던 곳이다.
그러나 건설 경기 악화로 정비 사업이 지연되면서 2016년 5월 조합 설립 인가가 취소됐고, 지난해 4월 재개발 정비구역에서도 해제됐다.
개발을 찬성하는 한 주민은 "재개발 정비구역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다 보니 지역주택조합으로 전환,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조합 인가 취소 및 정비구역 해제를 청주시에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거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 주택 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을 대행하는 A사는 주택 재개발 추진(5만9천860㎡) 때의 절반을 밑도는 2만6천451㎡의 부지에 605가구가 입주할 지상 30층짜리 아파트 8개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청주시에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청주시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조합 창립총회에서 거론된 개발 면적과 시청에 제출된 서류의 대지 면적이 다른가 하면 조합규약에 첨부된 조합원 명단에 자필 서명도 일부 누락됐다.
A사가 땅 주인들로부터 받은 토지 사용 승낙서에도 토지 사용자가 명시되지 않았는가 하면 엉뚱한 사람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건설 예정 가구 수인 605가구의 절반인 303명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한다.
서류상 이를 웃도는 358명에 달한다는 게 A사의 주장이지만 청주시는 주택조합 설립에 필요한 조합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토지 사용 승낙서도 사업 부지의 80%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이에 미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서둘러 집을 팔고 떠나도록 혐오감을 주거나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담장에 빨간 칠을 하고 다니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키웠다.
반면 개발을 찬성하는 다른 주민은 "담에 빨간 칠을 한 것은 잘못했지만 재개발을 서둘러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가 나는 대로 아파트 건립이 신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사 관계자는 "집 주인들이 자기 건물에 직접 철거 예정지라고 쓴 것"이라며 "주민들이 미관을 해친다고 해서 현수막으로 가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서류 미비점은 이미 보완했으며 다음 주 청주시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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