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첫 방문 슈뢰더 前총리 "남북, 다가가려는 시도 중단 안돼"

입력 2018-01-26 17:40  

JSA 첫 방문 슈뢰더 前총리 "남북, 다가가려는 시도 중단 안돼"
한파 녹인 '대화 메시지'…"분단 극복에 긴 시간 필요"
도라전망대서 관광객에 '결혼 소식' 축하받기도



(파주=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소감은 잠시 후에 얘기합시다. 지금은 무엇보다 (판문점) 구석구석을 보고 느끼고 싶어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넘는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은 26일 오전, 독일 개혁의 상징인 게르하르트 슈뢰더(74) 전 독일 총리가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다.
이날 슈뢰더 전 총리의 판문점 방문에는 전날 그가 연내 결혼 계획을 밝혔던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와 주한 독일 대사 부부,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부부 등이 동행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판문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독일의 전 총리로서 한국의 분단 상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우자의 나라인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이번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숙소에서 이른 아침에 만난 슈뢰더 전 총리 일행은 북한과 바로 접한 지역에 간다는 사실과 견디기 어려운 극심한 추위에 배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동행한 독일대사관 관계자는 "조금 긴장은 되지만 별로 위험하다거나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출발에 앞서 김소연 대표는 "(슈뢰더 전 총리가) 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시기에 때맞춰 이뤄진 이번 방문이 정말 좋은 기회이고 기쁘다고 말했다"며 "오늘 아침 일찍 나오면서는 산이 많은 한국의 풍경이 아름답고, 아침부터 도로에 차가 많은 모습에 한국인이 굉장히 부지런한 것 같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오전 7시께 숙소를 출발한 일행은 약 1시간 30분을 달려 판문점에 닿았다. 일행은 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 내 사무실에서 유엔사 관계자로부터 한반도 상황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받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남북 사이 비무장지대(DMZ)가 "가장 무장된 비무장지대"라는 관계자의 설명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 김소연 대표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열공'하는 모습이었다.
일행은 이윽고 오늘의 목적지인 JSA로 향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보다 낮을 것이다. 아마 오늘이 근래 수년간 가장 추운 날씨일 것"이라며 "그래도 요즘 날씨가 흐린 편인데 오늘은 맑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가 남측 건물인 '자유의집'에서 나와 판문각 등 북측 지역을 둘러보자 북한군 병사 3명이 나타나 그를 촬영했다. 이어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에 들어간 슈뢰더 전 총리는 탁자 등 내부 시설을 꼼꼼히 살피며 건물에 가득한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모습이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군사분계선 상에 놓인 'T2 회담장'에 대해 "서울에 있을 때는 한국이 분단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웠는데 이곳에 오니 실감이 난다"면서 "이곳은 말하자면 세계와 세계 사이의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T2에서 나온 슈뢰더 전 총리는 탑승한 차량이 지난해 11월 인민군 병사가 귀순한 경로 인근에 잠시 멈췄을 때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창밖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당시 사건 이후 남북 정세는 빠르게 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하는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건물 옆 환풍시설에는 여전히 총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행은 이어 파주 '도라전망대'에 올라 멀리 보이는 북한 땅을 바라봤다.
이날 슈뢰더 전 총리 일행은 기념품 상점을 들러 DMZ 문구와 한반도 지도 등이 새겨진 티셔츠와 컵을 기념품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상점에서 마주친 한 한국 관광객은 전날 슈뢰더 커플의 결혼 발표 기사를 봤다면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의를 표하는 슈뢰더 전 총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You are so lucky!"(당신은 진짜 운이 좋다)라고 말했고, 이에 그가 크게 웃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봄이 씨앗이 담긴 것처럼, JSA에는 긴장과 교류의 기운이 교차하고 있었다.
한 유엔사 관계자는 도라전망대 인근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가리키며 "어제 바로 북한 하키 선수들이 이곳을 통해 남쪽으로 왔다"며 "남북이 한 팀을 구성한다는데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분단은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남과 북이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 호흡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 동행한 차범근 전 감독은 "판문점에 처음 와보니 긴장감도 느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올림픽과 관련해 (사람들이) 오가고 하니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같다"며 "단일팀도 구성되고 대화도 서로 된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남북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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