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 열대림 남벌 심각, 현지인 생활터전 위협

입력 2018-01-29 14:05  

보르네오 열대림 남벌 심각, 현지인 생활터전 위협
주 정부가 벌목허가 남발, 주민들 민예품 팔아 인스턴트 식품으로 연명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 건설에도 사용, '환경 올림픽' 표어 무색"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사라왁(Sarawak)주 열대림의 남벌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터전을 빼앗긴 현지 주민들이 벌목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남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뇌물에 익숙한 당국의 허가 남발로 사라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림파괴가 이뤄지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벌채된 목재의 최대 수입국은 일본이다. 특히 '환경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는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 주 경기장 건설에도 사라왁 목재가 사용되고 있어 환경친화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을 공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세계자원연구소(WRI)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01~2016년 벌목으로 사라왁주에서 2만5천260㎢의 삼림이 파괴됐다. 세계에서 삼림파괴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의 하나라고 한다.
아사히(朝日)신문 르포에 따르면 벌목으로 생활터전을 잃은 현지 주민들은 나무칼을 깎아 만든 민예품을 판 돈으로 인스턴트 식품 등을 사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사고야자와 나무 열매, 사냥한 짐승의 고기 등을 주식으로 해 왔으나 2004년께 말레이시아의 대형 목재업체인 '신양사'가 마을 주변에서 벌목을 시작하면서 강이 오염됐다. 사고야자와 산돼지도 잡을 수 없게 됐다.
사라왁주 밀리 공항에서 자동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200여 명의 롱제이크 마을 촌장은 "숲이 헐벗겨진 이래 항상 배고픔에 시달린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헐벗은 땅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기도, 저기도 모두 숲이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는 2007년 벌목으로 극도의 빈곤상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시정을 권고했지만, 벌목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2009년 주 정부 등을 상대로 벌목중지 소송을 제기했지만, 촌장은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그때쯤 숲이 벌거숭이가 돼 있을지 모른다"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립왕국이었던 사라왁주에는 자치권이 허용돼 있다.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업자는 주민의 동의를 받지 않고 벌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가와 관리들은 기업에 벌채허가를 남발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왔다.
특히 1981년부터 30년 이상에 걸쳐 주 행정 수반인 주 총리를 맡은 타이브 마하무드(81)는 허가증 발행권한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환경단체 브루노만서기금(BMF)은 타이브 총리가 뇌물 등으로 얻은 수입이 적어도 150억 달러(약 15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환경단체들이 2010년께 부패관련 조사결과를 잇달아 발표하자 말레이시아 연방부패 대책방 국은 타이브의 뇌물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그는 처벌받지 않았으며 2014년 사와락 주 원수에 해당하는 지사로 취임했다.
타이브 일족을 둘러싼 의혹을 다룬 책 "열대림 커넥션" 저자로 스위스 기자인 루커시 슈트라우만은 중앙 정부가 남벌과 부패를 묵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인구대비 도시 지역보다 이 주에 하원의석수가 많이 배분돼 있고 여당의 중요한 기반 역할을 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부가 여당을 지지해온 타이브 일족과 주 정부를 감싸면서 문제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사라왁주 목재의 최대 수출국은 일본이다. 주 목재산업개발공사에 따르면 수출액의 약 40%를 일본이 차지한다. 특히 콘크리트를 굳히는 데 쓰는 합판은 60%가 일본으로 수출돼 빌딩과 주택건설에 널리 쓰이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신양사의 합판이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쓰일 신국립경기장 건설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환경단체의 조사로 드러났다. 경기장 건설 발주처인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도 신양사 합판을 쓰고 있음을 시인했다. JSC는 해당 목재가 지속가능한 삼림관리촉진 국제인증제도인 PEFC인증을 획득한 것이라서 "요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PEFC는 세계 각국의 삼림인증제도를 승인하는 시스템이지만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앨리슨 호아 선임연구원은 사라왁주의 경우 "부패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있어 인증이 정당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라왁주에서 현지 주민단체의 변호를 맡은 시 티 하우 변호사는 "일본인들이 '환경친화 올림픽'이 공허한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도록 대일 목재수출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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