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근거로 1790년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매년 초 의회에 연설
100여년간 '서면 연설'해오다 1913년부터 직접 연설 부활
특별 초대손님과 '지정 생존자' 누가 될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는 미국 정부의 새해 비전을 한눈에 엿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을 활용해 예산과 국가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한 해 동안 추진할 주요 입법과제와 대내외 정책 방향을 알린다.
매년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에 이뤄지는 국정연설은 "대통령은 때때로 의회에 연방 정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단을 의회에 고려해달라고 권고해야 한다"는 미 헌법 2장 3조 1항을 근거로 한다.
다만 대통령 취임 첫해 신년 연설은 국정연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작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30일(현지시간) 연설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이 된다.

29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국정연설의 시작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 전 대통령이 1790년 1월8일 임시 수도였던 뉴욕의 상원 본회의장에서 첫 연두교서(annual message)를 낭독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1801년 직접 연설 대신 의회에 연설문을 보내는 것으로 방식을 바꾸면서 100년 넘게 '서면 국정연설'의 시대가 이어졌다.
대통령이 상·하원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연설하는 전통을 되살린 것은 1913년 우드로 윌슨 당시 대통령이다. 10년 뒤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의 국정연설부터는 라디오를 통해 전국으로 중계방송됐다.
연두교서라는 명칭을 오늘날 사용하는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로 바꾼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다. 이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이 용어를 공식 명칭으로 채택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의 1947년 국정연설은 최초로 TV 중계됐으며,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1965년 연설은 처음으로 프라임타임에 방송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역대 국정연설과 관련한 흥미 있는 기록도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0년 국정연설은 1시간 28분 49초로 최장 기록을 세웠고, 워싱턴 전 대통령의 1790년 첫 국정연설은 833단어에 불과해 10분가량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기 1년 차에 각각 사망한 윌리엄 헨리 해리슨과 제임스 가필드는 한 번도 국정연설을 해보지 못한 불운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직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경우 대통령이든 아니든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해본 유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짜에서 연기된 사례는 딱 한 번뿐이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파로 연설을 다음주로 늦췄다.

이번 국정연설에서 지켜볼 만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과연 누가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가 되느냐다.
지정 생존자 제도란 비상시 대통령직을 넘겨받을 자격이 있는 행정부 각료를 한 명 지명해 워싱턴 외곽의 안전하고 은밀한 장소에 대기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대통령과 부통령, 행정부 각료, 연방 상·하원의원, 대법관 등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리더십 공백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때는 데이비드 셜킨 보훈장관이 지정 생존자였다.
아울러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2년 국정연설부터 초대하기 시작한 특별손님의 면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별손님은 대통령의 신년 어젠다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인물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용접공부터 MS-13 갱단 피해 유족, 피격 경찰관, 이라크전 부상 군인 등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의회는 성폭력 저항 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피해자들을 이 자리에 부를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국정연설은 미 워싱턴DC 의사당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의 안내로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하원 경호원이 대통령의 도착을 장내에 알린다.
상원의장 격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대통령 뒷자리에 앉게 되며, 의회의 반박연설은 고(故)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손자이자 37세의 정치 신성인 조 케네디 3세(민주·매사추세츠) 하원의원이 대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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