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공모대전 심사위원 배제·세월호 관련 만화 지원 탈락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 가동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문화콘텐츠 분야 지원사업에서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사례 8건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 문건을 통해 콘진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등의 심사위원과 심사 대상에서 특정인과 특정 작품이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 기관인 콘진원은 그동안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이 제기됐으나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콘진원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6년 구속됐으나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블랙리스트 실행은 부인해왔다.
피해 대상은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사)우리만화연대 등 7명과 1개 단체다.
7명의 문화예술인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방식 규탄 시국선언, 노무현 지지선언, 문재인 후보 대선광고 촬영, 영화 '26년' 초반부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 '26년' 제작사,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전라북도 문화예술(115명) 문재인 지지선언, 문재인 멘토단 등의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희, 오성윤, 최용배, 김옥영은 문건이 작성된 2014년부터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서철원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 2014년과 2015년 응모했으나 심사 대상에서 배제됐다.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출판 등 콘텐츠로 발전할 잠재력이 높은 이야기 원석을 발굴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다.
김보성과 김영등은 '대중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사업'의 음악 분야 지원사업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세월호를 다룬 우리만화연대의 만화 '끈'은 2015년 콘진원의 '연재만화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1차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로 상위권에 들었으나 2차 발표평가에선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 등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당시 2차 심사 심사위원으로는 콘진원 산업팀장 등이 참여했다.
'끈'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만화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콘진원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밖에도 콘진원이 2016년 대중음악 지원사업 심사에 이해관계자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고, 해외 음악페스티벌 지원 심사에 특정인을 3회 연속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심사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콘진원은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과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본심 심사위원으로 복귀시켰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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