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투명한 '윤리 경영' 청사진 내놔야

입력 2018-02-06 21:36  

[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투명한 '윤리 경영' 청사진 내놔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그의 경영복귀 시점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건희 회장이 3년 넘게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수감되자 삼성그룹은 1년 가까이 비상경영을 해 왔다. 이 부회장이 언제 경영에 복귀할지는 불확실하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복귀 시점을 마냥 늦추기도 어려울 것 같다. 부재 기간 흐트러졌을 수 있는 그룹 분위기를 추스르고 전열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와중에 실추된 회사 이미지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미루기 어렵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를 나오면서 "지난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짧은 이 한마디에 많은 고뇌가 함축됐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1심과 2심의 공판 진술을 통해 '나누는 참된 기업', '사회에 대한 보답' 등을 유난히 강조했다.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받은 혜택을 나누는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형사피고인의 법정 진술이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깨달은 교훈이 투영됐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구상에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외형과 실적에서 삼성은 대한민국 1위 기업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초일류기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삼성이 박수만 받는 건 아니다. 칭찬과 성원의 반대편에는 그에 버금가는 비판론도 엄존한다. 국내 재벌그룹이 대부분 해당하는 문제겠지만, 투명하지 못했던 경영승계 과정이 삼성 비판론에 한몫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 회장 차명 재산 문제가 불거져 구설에 올랐다.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항소심 재판부도 진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분명하고 확고한 '윤리 경영'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사업을 잘 하고 이익을 많이 낸다고 모두 글로벌 일류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윤리 경영을 실현해야 진정한 일류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삼성은 다음 달 22일 창업 8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은 1988년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 창업'을 선언했다. 이번엔 이 부회장인 '제3 창업'을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혁신 구상이 그 앞자리에 들어갈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사장단 인사,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주주환원 확대 등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선제 투자에선 공백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 등 미래먹거리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미국 하만(전장 업체) 인수 이후 굵직한 M&A가 없었다. 다행히 작년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호황과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 반도체 경기의 고점 논란이 벌써 심상치 않다. 하루빨리 신수종 사업을 발굴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그런 투자를 통해 미래성장을 견인하면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국내 선두기업으로서 삼성이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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