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중년 남녀의 '재회'에 보낸 베를린영화제 관객의 갈채

입력 2018-02-20 06:40  

여느 중년 남녀의 '재회'에 보낸 베를린영화제 관객의 갈채
주연배우 유정아 IPTV협회장·김태훈, 관객과의 대화 가져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젊은 시절 사랑의 아련함을 느끼고 경제적인 곤궁함에 처해 있는 여느 한국 중년 남녀의 이야기에 독일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못했다.
18일(현지시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박기용 감독의 독립영화 '재회'를 보고 나서다.
'재회'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 및 실험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밤이 깊은 오후 9시 30분에 상영을 시작했지만, 30여 분 전부터 상영관 입구에는 관객이 줄지었다. 500여 석의 영화관은 금세 메워졌다.
영화가 끝난 뒤 주연배우인 유정아 씨, 김태훈 씨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지난달 한국IPTV방송협회 회장 자리에 오른 유 씨는 휴가와 설 연휴를 이용해 베를린 영화제를 찾았다.
'재회'는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50대 중년 남녀가 25년 만에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뒤 추억의 공간을 더듬는 과정을 그렸다.
젊은 날의 애틋함과 현실의 비루함이 교차한다.
연기에 처음 도전한 유 씨와 전문 배우이지만 스크린 노출이 적었던 김 씨가 주인공을 맡아서인지, 배우들이 아닌 여느 이웃 중년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 감독은 중년인 이들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시나리오와 이들의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감정이입을 시키려고 했단다.
유 씨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의 세계에서 끝이 나는 결말이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통해 결말까지 이르고자 했던 것 같다. 배우들의 뒷이야기를 많이 담았다"면서 "내 안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 관객들은 이들 중년의 모습이 한국적인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대학 시절 연극반이었다가 취업한 중년 역할의 김 씨는 "감독의 메시지에는 중년이 되었는데도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담겨 있다"면서 "개인의 개성이나 꿈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목표를 향해서 자신의 역할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을 담았다"고 말했다.
독일 관객들은 영화의 배경이 된 탑골 공원 등 종로 일대와 강촌 등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영화에 나오는 촛불집회 장면의 의미를 묻기도 했다.
유 씨는 "종로에서 촬영 중 우연히 담게 됐다. 해외에서 온 외부자로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여주인공의 흔들리는 시선을 담았다"면서 "촬영 중 정치적 의미를 논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가 촛불집회를 향했고, 당시 저도 늘 집회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의미도 담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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