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100일] ② '엎친 데 덮친 격' 계속된 여진에 불안·공포만

입력 2018-02-21 07:01  

[포항지진 100일] ② '엎친 데 덮친 격' 계속된 여진에 불안·공포만
장기 대피생활에 지친 이재민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지"
포항시 365일 상시 지진 대응…"시민 불안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매일 불안해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 지진 발생한 지 23일로 100일을 맞는다.
강진 이후 불안과 공포 속에 공무원과 시민이 한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자'며 재기에 안간힘을 써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평온한 휴일 새벽 규모 4.6인 강한 여진으로 시민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이를 포함해 작년 강진 이후 97차례 잦은 여진이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시민 이영한(58) 씨는 "지진이 너무 잦아 불안감으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다"며 "주위에서 이러다가 정말 큰 지진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충격에 또 충격…주택·건물 피해 '기하급수'
작년 지진은 2년 전 경주지진(5.8)보다 규모는 작았으나 진앙 수 킬로미터 안에 인구가 밀집해 피해는 오히려 5배가 넘었고 겨울을 앞두고 부상자와 1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를 봤다.
북구 상당수 초·중·고등학교 건물도 피해가 나 최대 14일간 휴업했고 여진 발생 우려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빚었다.
지난해 강진으로 개인 시설 피해는 3만4천933건에 이른다. 주택 3만1천958건, 상가·공장 1천538건, 기타 1천437건이고 300억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이 들어갔다.
여기에 성금 지원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피해 주민에게 나눠줬다. 공공시설도 건물 130건, 학교 109건 등 341동이 금이 가고 부서졌다.
한숨을 돌린듯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들이닥친 4.6 여진 피해도 만만치 않다.
20일 현재 주택·건물 등 사유시설과 공공시설 97건을 합쳐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에 등록한 피해 접수만 5천985건으로 곧 6천건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주택은 5천525채고 상가도 354채나 된다.
그러나 지난 13일부터 읍·면·동별로 접수한 잠정 피해신고는 북구와 남구를 합쳐 2만3천514건에 이른다.
작년 지진 때 미처 신고를 못 했거나 '일단 신고부터 하고 보자'는 시민이 몰리며 접수창구마다 연일 혼잡을 빚는다.
포항시는 그러나 이달 말까지 신고를 받은 뒤 엄격하고 철저한 조사와 점검으로 피해가구를 선별한다는 방침이다.
주택이나 건물에 금이 간 경우 균열 폭 1㎜ 이상, 길이 30㎝ 이상일 때만 적은 피해(소파)로 인정해 100만원을 지원하고 작년 지진 때 이미 지원금을 받았거나 가전제품과 창고, 담장 등 주거용이 아닌 시설피해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달 도시안전국장은 "피해신고를 한다고 모두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며 "신고가 너무 많고 기준도 모호해 이번에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 "불안해 못 있겠다" 이재민 다시 대피소로…9천명 심리 상담받아
작년 지진 이후 한숨 돌린 이재민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가 300명 선까지 준 흥해체육관 대피소에는 4.6 여진에 다시 400명으로 늘었다.
집에서는 불안해 도저히 못 있겠다는 이재민으로 흥해체육관에는 184가구 392명이 머물고 있다. 3가구(9명)는 포항 시내 모텔에서 생활한다.
시는 이 때문에 체육관 안에 텐트 60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석 달이 넘는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마냥 비워 놓을 수도 없어 한 번씩 집을 둘러본 뒤 다시 대피소로 오고 낮에는 생업을 위해 나왔다가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피소에서 잠을 자는 고단한 생활을 되풀이한다.
이재민 이모(61)씨는 "집에 가고 싶은데 지진이 또 올까 봐 불안해 가지를 못한다"며 "차라리 대피소에서 이웃과 얘기하면 그나마 위안이 돼 차리리 이곳 생활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지진 이후 흥해체육관에 마련한 심리상담치료센터에서는 지난 10일까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 8천840명이 심리상담을 받았다. 4.6 여진 이후에도 176명이 찾았고 전화상담도 잇따르고 있다.
일반병원을 찾은 시민을 포함하면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포항시는 추산한다.



◇ 대피소 흥해체육관 안전 불안…이주대상 95% 이사
이번 강한 여진으로 대피소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4 지진 이후 이재민 대피소로 쓰는 흥해체육관이 4.6 여진으로 천장 일부 구조물이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흥해체육관은 연면적 2천780여㎡인 2층 건물로 2003년 4월 준공했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인 내진 설계 의무 기준에 못 미쳐 당연히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작년 강진이 발생한 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벌인 두 차례 안전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4.6 여진에는 건물 옥상 외벽 패널이 불량하고 내부 천장을 받쳐주는 철제 구조물 일부가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포항시는 사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이재민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안전진단과 보강공사를 하기로 했으나 이재민이 반대해 난감해졌다.
시는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체육관 천장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치우고 조명등을 비롯한 위험요소를 이른 시일 안에 없앤 뒤 현 상태에서 안전점검을 해 이재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로 했다.
최 웅 부시장은 "작년 지진 때 안전에 이상이 없어 이재민을 수용했는데 이번 지진으로 구조물이 휘어져 자칫 사고 위험이 크다"며 "다시 지진이 올 수도 있어 사고에 대비해 정밀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작년 지진 이후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아 이주대상이 된 주민 가운데 95%는 새집으로 떠났다.
전체 618가구 가운데 589가구(1천500명)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와 전세임대, 다가구 주택 등 새 보금자리로 옮겼다.
20일 6가구(13명)에 이어 21일에는 4가구(8명)가 이사하고 나머지 이재민도 이달 말까지 모두 새집으로 간다.
흥해읍 흥해초등학교 인근 1만4천500여㎡에 만든 이주단지 내 27㎡ 크기 조립식 주택에도 설 전 11가구가 이사했고 이달 말까지 27가구가 옮길 예정이다.




◇ "지진에서 안전"…365일 상시 지진대비 체제
강진 수습에 매달려 온 포항시는 4.6 여진으로 다시 비상이 걸렸다. 피해도 피해지만 시민 사이에 다시 올지도 모를 지진에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작년 지진 복구 등 수습도 중요하나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365일 상시 지진대비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재난극복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지진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생존키트 보급 등으로 시민이 피부로 느끼고 안심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진피해수습단을 중심으로 3월 중으로 상시 지진대비 체제 구축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시민과 공유한다.
또 흥해읍 특별도시재생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건축물 내진보강 지원, 다목적 재난대피시설 건립, 국립 지진안전교육장 조성 등 안전한 도시 건설에 적극 나선다.
이와 함께 풍수해 보험 가입을 늘리고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가 피해복구, 이재민 지원 등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 남·울릉)·김정재(포항 북) 의원도 20일 이강덕 포항시장과 함께 성명을 내고 "계속되는 지진으로 시민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종합진단과 복구·예방, 서민경제 안정대책을 마련해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h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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