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독일 정부가 향후 유럽연합(EU)의 역내 빈국에 대한 원조 공여를 이민과 법치 등 EU 가치규범을 준수하는 것과 연계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EU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이민과 법치 등 면에서 EU의 가치규범에 역행하고 있는 헝가리와 폴란드 등 중부 및 동유럽국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U의 핵심국인 독일은 EU 장기 예산편성과 관련해 이러한 정부 입장을 담은 문서를 EU 측에 전달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EU 역내 원조 주요 수혜국이면서도 우익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민 수용과 사법부 독립 등 EU의 핵심 가치에 반하는 정책으로 EU 측과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좌절감을 느낀 독일 등 EU 측이 향후 장기 예산편성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정부가 밝힌 이러한 방침으로 그동안 주로 인프라 프로젝트와 역내 교육 훈련 등에 투입돼온 구조기금의 사용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이번 주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원국 고위관리 회합에서 이러한 새로운 기금 사용 지침을 강력 주문했다고 참석 관리들이 전했다.
독일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EU의 구조 및 투자기금은 '체류권을 가진 이주민을 받아들여 동화시키는 책임을 떠맡는' 정부들을 지원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방침에 따르면 북유럽과 서유럽 등 이민 수용에 긍정적인 국가들에 기금이 더 많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5년 이민위기 당시 100만 명 이상을 받아들인 독일 자신이 주요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반면 EU 구조기금 최대 수혜국인 폴란드는 새로운 기금 배정이 시행될 경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지난 2016년 중 총국민소득(GNI)의 2.6%에 해당하는 106억 유로(약 16조 원)를 EU로부터 지원받았다.
민주주의와 법치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폴란드가 더는 주요 원조 수혜국이 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EU는 물론 독일과 프랑스에서 조성되고 있다.
1조 유로(약 1천500조 원)에 달하는 EU의 장기 예산 가운데 지역 원조기금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독일의 이러한 원조 연계방침을 지지하면서 EU의 기본 가치에 반하는 정부를 보호하는데 EU 기금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7일 "연대는 일방통행로가 될 수 없다"면서 "이민과 같은 도전에는 모두가 업무분담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외교관들은 EU의 재배정되는 기금이 이민 수용에 따른 주택난 해소나 언어 및 기술 교육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EU는 다음 주부터 영국의 탈퇴에 따른 장기 예산편성 협상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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