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 신기루 좇지만 '유령도시'로 변한 경제특구 속출

입력 2018-02-23 13:00  

中 성장 신기루 좇지만 '유령도시'로 변한 경제특구 속출
'중국의 맨해튼' 내세웠던 빈하이신구, GDP 조작 들통나
'부채 기반 성장' 추구하다가 빚더미 오른 지방정부 잇따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대규모 예산 투입과 부채 조달로 성장 신화를 만들려고 했던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이제 빚더미에 올라앉은 신세가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톈진(天津)시의 경제특구 빈하이(濱海)신구가 꼽힌다.
'중국의 맨해튼'으로 불리며 1980년대 광둥성 선전(深천<土+川>)특구, 1990년대 상하이 푸둥(浦東)신구에 이어 중국의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빈하이신구는 최근 그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톈진시는 최근 경제특구인 빈하이(濱海)신구의 2016년 국내총생산(GDP)이 6천654억 위안(약 113조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했던 1조 위안(약 170조 원)의 GDP가 사실상 통계 조작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톈진시의 GDP 성장률도 2016년 9%에서 지난해 3.6%로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빈하이신구는 2천㎢ 부지에 국제 금융지구와 자유무역지대, 대규모 상업지구를 조성해 2천억 위안(약 34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고, 2만여 개 기업을 끌어들여 그 목표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 2만여 기업은 빈하이신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리고 이곳에 사업자 등록만을 했을 뿐 실제 투자는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빈하이신구의 택시 기사 양샹 씨는 "기차역에 도착한 사업가들은 세무서에 가서 세금 업무를 마친 후 한두 시간 후면 빈하이신구를 떠난다"면서 "이곳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은 없다"고 전했다.
금융지구에 세워진 고층 건물들은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대부분 텅 비어있다. 대규모 쇼핑몰도 고객이 없어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빈하이신구의 상당 부분이 '유령도시'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성장 실패와 통계 조작이 빈하이신구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네이멍구자치구 정부는 당초 발표보다 2016년 산업 생산량을 40%, 재정수입은 26% 낮춰야 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7.3%로 발표됐던 네이멍구의 2016년 GDP 성장률도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랴오닝(遼寧)성도 산하 시와 현 정부가 2011∼2014년 재정 통계를 조작해 GDP를 20%가량 부풀렸다고 시인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빈하이신구처럼 성장 신화를 만들겠다며 개발지구나 신도시 등을 조성했다가 결국 '유령도시'로 전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개발지구를 지정한 후 정부 예산과 대규모 은행 부채를 조달해 부지를 조성한다. 이후 세금 감면과 저렴한 가격의 토지 분양, 보조금 지급 등을 내세워 기업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무모한 개발의 후유증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 무디스에 따르면 톈진시의 지방 국유기업 부채는 톈진시 연간 재정수입의 무려 700%에 달한다. 이로 인해 톈진시는 중국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지방정부 중 하나가 됐다.
충칭(重慶)시, 산시(山西)성, 윈난(雲南)성 등도 마찬가지여서 이들 지방정부의 부채도 재정수입의 400∼600%에 달한다.
무디스는 이러한 지방정부 부채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다음 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하면서도, '양'이 아닌 '질' 위주의 성장, 환경과 빈곤 구제, 공정성 등에 초점을 맞춘 경제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제학자 리카르드 토르네는 "중국 중앙정부는 투자와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려고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인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하는 지방 관료들의 통계 조작 등을 근절하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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