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뒤 일련의 정세전환 움직임 일환 분석
실질적 대화까진 낙관 어려워…'후커-최강일' 접촉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이상현 기자 =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25일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미국과의 충분한 대화 용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대표단 접견 자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은 강경일변도의 대미정책을 변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언급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면서 미국과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직접 밝히진 않아 왔다. 지난 2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는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데 방점을 둔 발언이었다.
물론 이날 김 부위원장의 대화 용의 언급 앞에 어떤 전제조건이 달렸는지 등 구체적 발언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일단 진일보한 입장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번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왔을 때는 북미대화에 그다지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엔 반응을 보였으니 그때보다는 한걸음 좋아진 신호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는 작년 11월 말 북한이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며 정세전환을 꾀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 국가의 정세는 군사력으로 지켜지지만, 외교도 중요하다"며 "그동안 군사적 측면으로만 접근해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한 만큼 본격적으로 외교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에 조건이 달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7월 4일 '화성-14'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양측의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처럼 핵문제에 대한 북미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북한이 대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북미 양측이 이른바 '탐색적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은 갖췄다는 관측이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방남한 고위급대표단에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북측 대표단의 방남기간 북미 간 물밑 접촉의 여지를 남겼다. 북측 대표단 지원 인원에 통역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은 평창올림픽 폐회식을 전후로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 성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있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에는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후커 보좌관은 지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준비한 발언을 한 것으로 북미 접촉의 가능성 높여 주는 발언"이라며 "빠르면 26일 오전 중에라도 만날 수 있고 미국 정부대표단이 떠나도 후커 보좌관은 잔류하면서 (북측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후커 보좌관과 최강일 부국장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실무 접촉에 불과한 수준으로, 북미 간의 본격적 탐색적 대화를 위해선 조금 더 윗선의 접촉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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