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무원 '살신성인…하수펌프장 질식 사고때 "먼저 나가라"

입력 2018-02-26 16:27   수정 2018-02-26 16:47

제주 공무원 '살신성인…하수펌프장 질식 사고때 "먼저 나가라"
부경욱 주무관, 유해가스 찬 밀폐공간서 동료공무원·근로자 구조 후 순직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쓰러진 근로자 구조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먼저 달려갔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남원중계펌프장 질식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허진혁(27) 주무관은 숨진 부경욱(46) 주무관이 쓰러진 근로자를 구조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고 헌신적으로 나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주무관도 당시 밸브실에 들어갔다가 질식, 부 주무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됐다.

사고는 뜻하지 않게 발생했다.
당일 오후 3시께 남원중계펌프장 압송관 해제를 위해 P 업체 근로자 김모(33)씨가 지하 3m 깊이의 밸브실로 들어갔다.
밸브실에는 평소 하수가 없으나 압송관 밸브를 열자 역류한 하수가 쏟아져 나왔다.
송풍마스크 등의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김씨는 하수슬러지(퇴적물)에서 발생한 유해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
근로자 김씨가 쓰러진 것을 본 부 주무관은 밸브실 안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허 주무관은 "부 주무관이 쓰러진 근로자를 일으켜 꺼내려 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며 "그래서 나도 뒤따라 가 의식을 잃은 근로자를 같이 밖으로 밀어냈다"고 말했다.
부근에서 다른 작업을 하던 P 업체 근로자 3명도 동참, 질식한 근로자를 밖으로 끌어올려 구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허 주무관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는 "부 주무관이 '먼저 나가라'며 나를 부축해 세운 후 자세를 낮췄고 나는 부 주무관의 어깨를 밟고 가까스로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정신을 차려보니 부 주무관은 의식을 잃고 밸브실 안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내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에 의해 부 주무관은 구조됐다. 그러나 밸브실 안에서 10분가량 있으면서 유해가스를 마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부 주무관은 병원 치료 중 지난 24일 오후 3시께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위기에 처한 근로자와 동료공무원을 구조했으나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
동료공무원은 "그는 현장을 중시하는 베테랑 공무원"이라며 "언제나 책임감 있게 업무에 임했다"고 기억했다.
기피부서인 하수처리장 관련 업무도 자청해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청 별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애도하는 동료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있다.

제주도는 부 주무관을 지방기계운영주사보에서 주사로 추서하고 오는 28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청장으로 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부씨의 유족 측은 '부씨를 국가 유공자로서 순직 처리하고 의사자로 선정해 달라'고 제주도에 요구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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