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중증질환 환자 11명의 특별한 입학·졸업 축하행사 열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서혜영(35), 서보민(27) 자매는 올해 나란히 명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학업을 시작하는 이들 자매는 온몸의 근육이 위축돼 굳어가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기도 하다. 호흡기 근육마저 약해지면서 정상적인 호흡조차 할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키워 온 학업에 대한 꿈은 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서 씨 자매의 언니인 혜영씨는 16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장애인 자립활동을 돕는 기관을 운영하면서 더 많은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 씨는 '함께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면서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미비하다"며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학 공부를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서씨 자매처럼 사지마비와 호흡장애를 극복하고 대학교 입학 및 졸업을 맞은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마련했다. 행사명은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진단받고도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호흡재활센터를 운영하는 이 병원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일곱 번째 이 행사를 열고 있다. 희귀 난치성인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 근위축증 등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힘겹게 학업을 마무리한 것을 격려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서서히 근육이 퇴화하기 때문에 평생 휠체어를 타거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때가 많다.

행사에는 서씨 자매처럼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7명과 졸업생 4명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미 대학교에 다니는 재학생 5명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족과 후원단체 관계자,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탤런트 김석훈 씨와 전 '포미닛' 멤버 전지윤 씨 등도 참석했다.
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에 입학 예정인 김어진(20) 군도 나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군은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아 철도 기관사가 꿈이었지만 근육병을 앓고 있는 신체적 한계로 인해 디자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군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져 시험공부를 하기가 어렵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이 과정을 극복하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입을 끝까지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장애인, 비장애인 관계없이 누구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디자인하는 게 꿈이다.
서씨 자매, 김군 같은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지만 재활치료를 통해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무사히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신형진씨도 응원차 자리했다.
신 씨는 어머니를 통해 "건강관리를 잘해서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잘 해내기를 바란다"는 격려를 전했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적절한 의료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경제, 사회적인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많은 환자가 이들처럼 우뚝 설 수 있다"며 "환자들의 새 출발에 많은 응원과 축하를 바란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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