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이 된 트럭·햄으로 만든 대리석…델보예가 보여준 '비틈'

입력 2018-02-27 17:41   수정 2018-02-27 17:52

성당이 된 트럭·햄으로 만든 대리석…델보예가 보여준 '비틈'
기발한 작업으로 유명한 벨기에 작가…갤러리현대서 국내 첫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갤러리들이 더는 즐거움이나 기쁨을 주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재미있는 척하지만, 정작 영화관에 가서 울고 웃지 않나요? 우리는 주도권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전시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는 벨기에 작가 빔 델보예(53)다.
델보예는 2000년대 중반 인간 소화기관을 기계로 재현한 설치 작품 '클로아카'(하수구라는 뜻)로 세계 미술계 주목을 받았다. 어떠한 음식을 넣어도 똥으로 나오도록 고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27일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한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방한했다. 규모가 큰 '클로아카'는 서울 전시에서 제외됐지만,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나왔다.
'클로아카'와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고딕'은 다양한 사물을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덤프트럭의 바퀴며 적재함을 이루는 것은 뾰족한 첨탑과 갈빗대 모양의 골조, 화려하게 조각된 반원형 문이다.
"고딕은 유럽에서 500년간 성행했고 19세기에 다시 한 번 100년간 인기를 얻었던 양식입니다. 이 시기는 유럽이 가장 발전했던 때이기도 하고요. 유럽 작가로서 고딕 양식을 찬양하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어요."



전시장 1층의 마세라티·페라리 자동차는 작가 의뢰를 받은 이란의 전통 장인들이 알루미늄 틀에 화려한 무늬를 새겼다. 중국 윈난의 목공예 예술가들이 장식을 맡은 타이어 또한 정교함이 극에 달한다.
타이어, 여행 가방, 최고급 자동차, 덤프트럭 등 다양한 현대의 기능품을 전통 공예로 장식하는 '비틈'의 작업을 통해 작가는 예술의 위계를 흔든다. 물건들은 본디 용도를 잃어버리고, 대신 고급 예술품으로 승격된다.
살라미와 햄을 잘라 붙여 대리석 바닥으로 오인하도록 촬영한 사진 작업 '마블 플로어'나 하찮은 동물로 여겨지는 돼지 모형에 페르시아 카펫을 입힌 '태피스더미'도 비슷한 맥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함이 심오함으로 평가받고 수공예를 예술로 대하지 않는"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20세기는 점점 간단해지고 단순해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죠. 20세기 후반에 활동하기 시작한 제가 그 사조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어요. 그들이 순수성을 추구했다면 저는 '불순물'을 선호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웃음)"
전시는 4월 8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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