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원하지 않습니다"…김규식의 또다른 독립청원서 확인

입력 2018-03-01 10:49   수정 2018-03-01 10:54

"멸망을 원하지 않습니다"…김규식의 또다른 독립청원서 확인
美 NARA 소장 문서…신규식과 함께 '한국독립공화당' 명의로 작성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부정하고 부당한 조치들과 연관되어 야기된 모든 시도는 우리의 피 속에 날인돼 있습니다. 어떤 동정도 어떤 용서도 없습니다. (중략) 한국인들은 일본의 문명화로 인해 멸망되길 원치 않습니다."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프랑스 파리강화회의 참석을 위해 파리로 건너간 김규식(1881∼1950)이 기존에 알려진 신한청년단의 독립청원서와 함께 '한국독립공화당' 명의의 청원서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는 학술지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60집에 게재한 논문 '1919년, 파리로 가는 김규식'에서 "김규식이 파리에 도착해 제일 먼저 미국대표단에 제출한 문서는 신규식이 총재,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표시된 한국독립공화당 청원서였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한국독립공화당 청원서는 1919년 1월 25일 프랑스어로 작성됐다. 발신자는 '신정'(Shinjhung), '김성'(Kinshung)이며, 수신자는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다.
신규식(1879∼1922)은 1912년 박은식, 신채호 등과 함께 동제사(同濟社)를 결성했고, 김규식도 이 조직에 가담했다. 김규식은 '김성'(金成)이라는 가명으로 신규식, 조소앙 등과 1917년 대동단결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한국독립공화당 청원서는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프랑스어 원본과 함께 영어 번역본이 만들어졌다.
신규식과 김규식은 청원서에서 민족자결과 영구적 세계평화 정신을 추구하는 파리평화회의가 자유의지에 반해 식민지가 된 한국의 사정을 청취하고 독립과 자유를 회복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의 독립으로 극동의 평화가 유지되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역설했다.



하지만 한국독립공화당의 청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대표단의 구성원들은 미국은 이미 일본의 한국 병합을 승인한 상황이어서 한국 대표를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 교수는 "김규식과 신규식이 왜 한국독립공화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신한청년당과는 다른 한국 독립운동 조직도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사람은 신생 조직인 신한청년당 대표라기보다는 1913년 이래 중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의 중심축이었던 동제사, 혁명당, 신한혁명당, 대동단결선언의 계보를 계승한다는 자존적 의식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김규식이 1919년 3월 파리에 도착하기 전까지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인 입장이었다는 견해는 수정돼야 한다"며 "김규식은 1919년 1월 파리강화회의 파견 임무를 적은 비망록을 베이징 주재 미국공사에게 제출했고, 신규식은 김규식이 파리로 출발한 뒤 하와이 국민보 등에 국민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편지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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