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월 '니벨룽 반지' 연출 프라이어 "관객과 사랑하게 될것"

입력 2018-03-03 09:15  

[인터뷰] 11월 '니벨룽 반지' 연출 프라이어 "관객과 사랑하게 될것"
예술의전당에서 '니벨룽의 반지' 무대 올려…2020년까지 4부작
"권력 싸움의 테마가 한국과 잘 맞겠다는 생각에 추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공연을 보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84)가 오는 11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한독수교 135주년 기념으로 추진하는 한독 합작 프로젝트다.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마지막 수제자인 프라이어는 연출가이자 회화 작가이자, 미술품 수집가다. 독일의 최고 훈장인 '연방십자훈장'을 받은 거장으로 150여 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했다.
뉴욕타임스로부터 현역 오페라 활동가 중 가장 뛰어난 연출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11월에 올리는 공연은 4부작 중 첫편인 '라인의 황금'이다. 마지막 4부 공연은 2020년에 막을 올리는 것으로 계획된 장기 프로젝트다.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프라이아를 1일(현지시간) 베를린 자택에서 만났다.
프라이어는 작품을 통한 관객과의 대화를 중시했다.
"관객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 안에 모습이 어떤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면서 한국에서의 공연을 떠올렸단다.
그는 "'니벨룽의 반지'에는 형제간의 싸움, 권력을 놓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싸움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테마는 한국과 맞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연 연출을 시작한 지 50여년. 80대의 고령임에도 올해에만 4편 이상을 연출한다. 관객을 만날 것을 생각하면 흥분이 되는 게 원동력이란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공연 연출을 한지 얼마나 됐는가.
▲ 관객은 반 보 과거에 있기 때문에 공연에서 현재를 보여주면 너무 앞서간 것 같다거나 유토피아적이라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현재를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지만, 예술가들은 과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 겁을 먹고 과거에 초점을 맞추면 발전이 없다. 공연 연출을 한 지 50년 정도 됐다. 늦게라도 가치를 평가받을 때 기분이 좋다.
-- 동독에서 탈출했는데, 동독 시절의 예술적 삶은 어땠는가.
▲ 10대 때 나치 시대를 겪었다. 부모님은 군국주의에 반대한 점에 영향을 받았다. 히틀러에 대항해 포스터를 붙이는 등 반대 운동을 했던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드레스덴에서 전시·공연을 많이 했는데, 연기자들의 복장이 히피답다는 식으로 당국이 트집을 잡아 한때 극장 출입이 금지당하기도 했다. 브레히트와 2년 정도 같이 일했다. 그와 일하면서 나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동독은 서독과 좀 정서적으로 다른 측면도 있다. 서독에서는 나치에 복무한 사람들을 받아들였지만, 동독은 철저하게 파시즘의 유산들과 단절했다. 하지만 동독의 사회주의는 그 후 변질됐다.
-- 동독에서 탈출하게 된 계기는
▲ 40세 정도에 브레히트 작품 전시 때문에 이탈리아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학생들과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충격을 받고 탈출하게 됐다. 그런데 서독의 좌파들은 나를 피하기도 하더라.
-- 동독에서의 경험이 예술 세계에 미친 영향은
▲ 동독에서 답변할 때 '예'와 '아니오'말고도 다른 대답을 유추하는 사고방식을 익혔다. 이번 '반지' 공연을 한국에서 하려는 생각도 이런 사고방식에서 나왔다. '니벨룽의 반지'에는 형제간의 싸움, 권력을 놓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싸움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테마는 한국과 맞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사람들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이해하는 편이다. 바그너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형적이고 욕망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 안에 모습이 어떤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바그너의 작품을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데, 관객이 무대의 인물을 보고선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종합예술이 이뤄지는 것이다.
-- 이번 공연에 정치적인 메시지도 담았나.
▲ 정치적인 면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공연을 바면서 평소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
-- 독일은 오페라가 한국보다 상당히 대중적인데, 이번 공연에서 관객에 대한 눈높이 설정은.
▲ 독일에서 표현하는 대로 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한테 새로울 것이다. 오페라를 보지 않았던 사람은 '이 것은 도대체 뭐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올해 공연은 4부작 중 1부에 불과하다. 마지막 4부작을 볼 때 관객은 마음을 열 것이다.
-- 수궁가 연출 경험이 이번에 관객과의 대화에 어떤 도움을 줄 것 같은가.
▲ 판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낯설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한국 사람 같았다. 당시 한국 측에선 사람들이 뮤지컬을 좋아하고 미국 문화 스타일을 좋아하니, 이런 점을 반영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많이 했다. 그러나 판소리 자체를 연출하고 싶었다. 다시 퓨전이 유행했는데, 퓨전적인 요소를 상당히 줄였다. 첫 공연에서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 독일의 예술이 더욱더 '멀티 컬처'화 되는데, 이번 작품도 이런 경향성을 갖고 있는가
▲ 내 경험 자체가 다양한 데, 이것이 '멀티 컬쳐'다.
-- 이번 작품에서 권력 투쟁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어서 이념적·철학적 측면을 투영한 게 있는가.
▲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많이 망가진 것 같다. 어디서 단추 하나만 눌러도 세계의 반이 날아갈 수 있다. 기후변화도 심각하다. 수궁가에서는 용왕이 아픈 이유를 바다 오염으로 표현했다. 플라스틱병 등을 무대에 사용했다. 직접적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정치적 표현을 해왔다. 바그너의 작품은 권력다툼과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담아왔다. 이번 작품에는 신화적이고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을 표현하는 데서 관객들이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게 있는가.
▲ 연극은 씨앗 같다. 현실을 빨아들이고, 이를 통해 움튼다. 이번에도 그렇다. 새로운 씨앗이 움틀 것이다.
-- 올해에만 4개 이상의 작품을 연출한다. 원동력은.
▲ 두려움이다. 손님을 집에 초대하면 매우 흥분한다. 연극 관객은 1천 여 명이다. 그러면 더욱 흥분되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흥분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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