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11년 만의 대북특사, 북미 '비핵화' 대화 돌파구 찾기를

입력 2018-03-04 20:57   수정 2018-03-04 23:46

[연합시론] 11년 만의 대북특사, 북미 '비핵화' 대화 돌파구 찾기를

(서울=연합뉴스)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때만 해도 특사 파견 시기를 이달 중순께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방침을 공개한 지 나흘 만인 5일 특사단을 북한에 보낸다고 하니 예상 밖의 빠른 행보다. 어떻게 해서든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끌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 측 고위당국자가 평양을 공식 방문하는 건 2007년 11월 제2차 국방장관회담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의 대북특사도 같은 해 8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2차 정상회담 조율차 방북한 게 마지막이었다. 거의 11년 만에 평양에 가는 우리 특사단이 어떤 성과를 낼지 크게 주목된다.

이번 대북특사단은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외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북한에서 돌아와 곧바로 미국에 간다고 한다. 미국 정부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대화 가능성을 조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청와대는 정 실장의 수석 인선에 대해 "미국통으로 북미 관계나 한미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대화 전문가로 꼽히는 서 원장 대신 정 실장이 특사단 수석을 맡은 것은 후속 방미 일정과 연관된 듯하다. 북미 대화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듣고 미국 측에 설명하는 데 정 실장이 적임자라고 본 것 같다. 정 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대화채널을 열어 놓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방미 일정을 잡아 놓고 북한에 가는 것은 여러 가지로 곱씹어볼 대목이다. 북한 측에 이번 특사단 방북의 의미를 부각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청와대가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평창올림픽 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김여정 특사의 방남에 대한 답방 의미가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 특사단의 북한 내 일정과 동선에 대해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특사단이 전달할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에 따르면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북측과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문제도 포괄적 의제에 포함됐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미 대화 여건'의 조율이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어느 정도 수위로 밝힐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비핵화 거론 자체를 거부해 왔다. 그런 기조를 고집한다면 북미 대화 얘기는 꺼내기도 어렵다. 북한도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특사단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일각에선 이번 특사단의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건 좋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의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의 의미에 일단 집중하고 비핵화와 정상회담 부분은 너무 강하게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일시적 '휴지기'에 들어간 북미 갈등을 푸는 게 시급하다. 미온적으로 접근해서는 특사단 귀환 이후 미국 측에 제시할 카드도 마땅치 않게 될 것이다. 미뤄 놓은 한미연합훈련 등을 고려할 때 '골든타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이번 특사단이 어떻게 하든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 입장은 완강하다. 그런데 핵과 미사일에 명운을 걸고 있는 북한이 쉽게 양보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조건부 양보' 얘기가 나온다. 예컨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와 북한의 비핵화를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특사단이 여기까지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미연합훈련 카드로 일단 북한의 우회적 양보라도 받아내자는 제안이 있다. 문제는 북미 양측을 모두 만족하게 할 만한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과 어렵게 절충한다고 해도 미국이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 어떤 내용의 의사를 표명할지가 중요하다. 우리 특사단 입장에선 돌발변수를 각오해야 하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어떤 일이 생기든 그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모쪼록 특사단이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할 만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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