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인문학자' 보스트리지 "한국 관객과 우정 만들고파"

입력 2018-03-05 14:06   수정 2018-03-05 15:31

'노래하는 인문학자' 보스트리지 "한국 관객과 우정 만들고파"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제도 첫 주인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학자에서 음악가로의 전환은 매우 느리고 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도 분명했습니다."
서울시향이 올해 신설한 '올해의 음악가' 제도의 첫 주인공인 영국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4)는 학자의 길을 걷다가 개인 레슨을 통해 뒤늦게 성악가로도 활동하게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학자로서 특정 주제에 집중하고 분석하던 경험이 예술가로서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가는 학자와 달리 살아있는 음악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직관이 필요한데, 이런 지점에서 예술가로서의 활동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및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중 성악가의 길을 결심하게 됐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리트(예술가곡) 전문가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전폭적인 지원과 권유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피셔디스카우의 개인 레슨과 그의 지적인 호기심, 특유의 투명한 음색은 1993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의 데뷔 무대를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이후 1996년 하이페리온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았고, 1998년 발표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음반은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음반상을 석권했다. 그동안 그래미상 후보에 무려 15차례 올랐다.
2016년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된 그의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세계 10개가 넘는 언어로 출판된 베스트셀러다.
그는 "학자로서 글을 쓸 때보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병행하면서 좀 더 시각이 넓어지고 풍부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간 뉴욕 카네기홀, 위그모어홀 등 세계 유수 공연장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해온 그는 올해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 제도를 통해 총 7번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 제도는 매년 특정 아티스트를 선정해 관객에게 그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전 상임작곡가인) 작곡가 진은숙과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포럼에서 만났었는데, 그 자리에서 '올해의 음악가' 제안을 받았습니다. 지적이고 젊고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서울시향과 어제 처음 리허설을 했는데, 연습을 시작하자마자 영감을 주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는 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 Ⅰ'에서는 독일가곡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작별의 정서를 탐구한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사스키아 지오르지니의 반주 아래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일부와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호른이 가세하는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말러의 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영국 작곡가 본 윌리엄스의 '웬로크의 벼랑'을 노래한다.
"올해 선보일 7번의 공연 모두 의미가 있지만 내일 열릴 공연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특히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그림자 안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 관객들과 우정을 만들고, 그런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