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대연정 합의·이탈리아 총선은 기성정치 붕괴의 대미"
"해답은 경제평등·청년기회·난민문제 해결 통한 대중신뢰 회복"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유럽연합(EU)에서 주류로 군림해온 중도 성향의 기성 정치권이 대중의 거센 불만 속에 또 일격을 당했다.
이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총선에서 나타난 반체제 포퓰리즘의 선전, 우여곡절 끝에 혼란을 일단락한 독일 대연정 합의의 공통점으로 지적된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반체제 포퓰리스트 신생정당 오성운동과 반(反)난민, 반EU를 외치는 극우정당 동맹이 50%에 가깝게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통치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있어 유럽 기득권 정치인들이 손에 땀을 쥐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날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대연정 합의로 이달 중순께 새 정부가 구성되면서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5개월여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이 수습됐다.
그러나 대연정 과정에서 지지 세력의 이탈로 주류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저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말에 펼쳐진 두 사건이 최근 1여년 동안 유럽에서 이어진 기득권 붕괴 선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EU 각국의 중도 정부는 극우 민족주의부터 극좌 반자본주의까지 반체제 세력의 가장 강력한 도전과 싸워왔다.
이 과정에서 EU 내 기존 주류였던 중도 성향 정부들의 세력은 약화하고 그들에 맞선 반체제 세력은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WSJ는 이런 변화 속에 냉전 이후 유럽을 이끌어온 기존 사회질서의 존립이 위태롭게 됐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헝가리,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의 독재 성향 등으로도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EU 출범을 주도한 서유럽 국가 일부에서조차 민족주의자들과 포퓰리스트들이 세를 불려가면서 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WSJ는 주류 정치권이 이런 위기를 극복할지는 유럽 대중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평범한 유럽인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지금처럼 반체제 움직임의 성장을 제어할 수 없고 EU의 결집력도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다.

WSJ는 주류 정치권의 생존 열쇠가 경제적 평등, 청년층 기회 창출 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의 불만을 증폭시킨 경제·난민 위기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도 반체제 세력과의 경쟁에서 성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유럽 주류 정권들은 이런 요인들에 집중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우파 정권뿐만 아니라 그간 상대적으로 포용적이던 독일도 난민·이주민 유입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을 옮겨가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의 발행인 요제프 요페는 "비유럽인 이주 문제에서 중도가 우파로 옮겨가고 있다. 민족국가는 특별히 국경통제 등 EU에 이양했던 자국의 일부 권한을 되찾아갈 것"이라며 "유럽이 오른쪽으로 흘러갈수록 포퓰리즘은 흡수되고 억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의 연정은 2005년 이래 세 번째 연정을 구성했다.
2005년 당시에는 두 정당이 전체 유권자의 70%로부터 지지를 얻었으나 이번에는 50%를 겨우 넘었다.
그만큼 헤어지면 두 주류 정당 모두 세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합의가 우격다짐으로 성사됐다.

그러나 양당에는 이번 대연정 때문에 현재 독일 최대 야당으로 등극한 극우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더 강화되는 역효과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민당 당원들은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될 경우 당이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연정에 찬성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메르켈의 중도 성향의 정책이 기존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도 정치가 양극화 조짐을 보이는 대중 정서를 포용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탈한 유권자들이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WSJ은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중도 성향으로 강력한 EU를 주장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며 유일한 예외로 자리 잡았을 뿐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보이는 분열적 정치가 EU의 새로운 규범이 돼가는 분위기라고 결론을 내렸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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