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코앞인데…10년 만에 좌초 우려 히어로즈

입력 2018-03-08 05:00  

개막 코앞인데…10년 만에 좌초 우려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 사기 등 혐의로 징역 4년 실형
10년 전 '현대 사태' 겪은 KBO, 지분분쟁 예의 주시
장윤호 총장 "이번 시즌 당장 구단 운영에는 문제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현대 유니콘스 간판을 내리고 2008년 창단했던 서울 히어로즈가 위기에 놓였다.
구단 운영을 좌우했던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기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KBO는 10년 전 '악몽'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히어로즈를 거론하며 공식 입장까지 냈다.
KBO는 7일 히어로즈 구단에 "갈등과 불미스러운 일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대화합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여가 선용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히어로즈를 신흥 강호로 이끌어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 전 대표가 추락하게 된 씨앗은 2008년부터 이미 싹트고 있었다.
히어로즈의 창단 과정은 '산고'에 비유할 정도로 힘겨웠다.
1995년 팀 인수 이후 야구계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이 흔들리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모든 지원금이 끊겼고, KBO까지 나선 가운데 공개적으로 구단 매각이 추진됐다.
농협, STX, KT 등은 현대 인수를 추진하다가 발을 뺐고, KBO리그는 1990년 이후 다시 7개 구단 체제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때 등장한 이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던 이 전 대표다.


2008년 1월 현대를 인수해 서울 히어로즈로 재창단한 이 전 대표는 KBO에 120억원의 가입금을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했던 이 전 대표는 재미교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 '20억원을 투자하면 구단 지분 40%를 양도하겠다'고 제의했다.
홍 회장의 도움으로 야구단을 창단한 이 전 대표는 그러나 구단의 몸집이 커지자 약속했던 지분 대신 돈으로 갚겠다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단순 대여금이며 주식 양도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홍 회장은 '지분 양도 대가로 투자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히어로즈는 홍 회장에게 지분 40%에 해당하는 주식 16만4천 주를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개인 주는 있어도 히어로즈 구단은 주식이 하나도 없다'며 버텼고, 결국 사기 등 혐의로 갇히는 신세가 됐다.
KBO는 10년 전을 떠올리며 히어로즈 지분분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구단이 사라질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지분분쟁 결과에 따라 구단 매각 등 소유 구조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KBO는 히어로즈 분쟁사태를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정운찬 총재 직권으로 야구 관련 업무에 대한 자격 정지를 내린 것도 그런 차원의 조처"라며 "주주 간 분쟁사태가 심해지면, 프로야구 인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막을 책임은 KBO에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히어로즈 사태에서 KBO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KBO는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의 지분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히어로즈 구단이 리그 운영에 짐이 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KBO의 역할이다.
장 총장은 "자칫하면 히어로즈의 경기력에까지 영향이 올까 우려된다. 정운찬 총재도 넥센의 미국 캠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어수선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 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KBO도 그 부분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 히어로즈가 올해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여부다.
KBO도 히어로즈 측에 경영 정상화와 시즌 운영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히어로즈는 지난달 28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KBO에 전달했다.
정운찬 총재는 박준상 신임 히어로즈 대표이사를 만나 이번 시즌 안정적인 구단 운영까지 약속받았다고 한다.
장 총장은 "히어로즈 구단으로부터 이번 시즌 운영에 차질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KBO 역시 일단 큰 문제는 없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초보 커미셔너'인 정운찬 총재의 기대대로 히어로즈 구단이 제대로 운영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선수들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자 KBO는 수십 년간 모은 기금을 몽땅 쏟아부어 거덜 내고 말았다.
히어로즈 구단의 정상적인 리그 참가 여부는 시즌이 개막해야 상황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우려스러운 중론이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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