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전임자 뒤따르나…희망과 실망 반복된 북미대화의 역사

입력 2018-03-07 16:40  

트럼프도 전임자 뒤따르나…희망과 실망 반복된 북미대화의 역사
NYT "북한, '체제안전' 내걸고 매번 협상나섰다 실리만 챙기고 실망 안겨"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를 주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나서면서 역대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나긴 협상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대북 관계에서 전임자들의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그토록 신랄하게 비판했던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 대통령들이 겪었던 일들을 그대로 겪게 될 형국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협상 테이블에 핵무기를 올리겠다는 북한의 제안이 예측할 수 없이 길고 필연적으로 복잡한 협상의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과 관련해 양보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 개선에 목마른 동맹국 한국과 나란히 협상에 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을 것으로 NYT는 내다봤다.
NYT는 무엇보다 "북한과 한국의 '외교 댄스'가 여러 이슈에서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익숙한 트럼프를 낯선 주변부로 밀어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남 유화공세를 펴고 대화를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에 손을 내미는 등 "모든 과정에서 '미스터 김'(김정은)이 의제를 설정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최근 몇 년 새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인 데 힘입어 김 위원장이 어떤 협상에서든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더라도 실제 핵보유국으로 가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들(북한)은 시간을 버는 데 협상을 이용한다"며 북한에 실제 핵 폐기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8년여 만에 처음으로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의 문을 연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북미 간 대화 시도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으나 기대감으로 시작된 대화는 북한의 합의 파기로 번번이 실망감만 남긴 채 무위로 돌아갔다고 NYT는 지적했다.
1994년 10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양국은 어렵사리 제네바 기본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 원료 플루토늄 생산력을 갖춘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경수로 2기 제공을 약속받고 완공 전까지 매년 중유를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8년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한 이후 제네바 기본합의를 확대하려 했고, 그러한 노력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정점에 이르는 듯했다.
그러나 정권을 넘겨받은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지속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 경수로 건설을 중단했다. 200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내쫓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제네바 기본합의는 붕괴했다.
이후 북한과의 협상은 북한,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참여하는 6자 회담 형식으로 이뤄졌고 2005년 북한이 '체제안전'을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합의인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다.
NYT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안전'을 내건 것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이는 미국과의 이전 모든 협상의 근거였고 그러한 협상 노력이 고전을 면치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지를 두고 당사국 간에 승강이를 벌이다 2009년 6자 회담의 틀마저 와해하면서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이미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태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관여를 거부하고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쳤으나 북측과 물밑 접촉은 계속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 동결·미사일 발사 유예를 대가로 미국이 영양식 24만t을 제공하는 2·29 합의를 이끌었으나,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대북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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