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를린 거리서 울려 퍼진 "일본 정부, 위안부 피해 사과하라"

입력 2018-03-09 07:07   수정 2018-03-09 16:28

[르포] 베를린 거리서 울려 퍼진 "일본 정부, 위안부 피해 사과하라"
세계 여성의 날 맞아 베를린서 여성 수천 명 "전쟁·파시즘 No" 외쳐
쿠르드족·타밀족 여성 등 참여…코리아협의회, 집회서 위안부 성명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여성들은 혁명을 원합니다. 가부장제, 전쟁, 인종차별주의와 파시즘에 대항합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베를린 도심에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쏟아져 나와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축제와 같았다. 시위대의 선두에 선 트럭에서는 테크노 음악과 전통음악이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은 어깨춤을 췄다.
여느 베를린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그러듯 맥주병을 들고 행진하는 여성들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인터내셔널 우먼 스페이스'와 독일 내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 등 30여 개 여성 단체가 참여한 '국제여성투쟁집회'였다.
2천여 명이 4차선 거리를 메운 채 움직였다.
오후 4시께 슐레시슈스토어역에서 시작된 행진이 종착지인 오라니엔 광장에 도착하는데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시위대는 전원 여성이었다. 남성의 참가를 아예 금지했다.
취재진도 여성만 허용하려다가 특파원의 취재를 염두에 둔 코리아협의회의 주장으로 남성 취재진도 허용했다는 후문이다.
행진 과정에선 남성 2명이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면서 시위대의 진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술에 취한 듯한 남성 한 명이 시위대 속으로 돌진해 들어왔다가 진행요원들에게 쫓겨나갔다.

시위에는 쿠르드족, 시리아인, 스리랑카의 타밀족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시위였지만, 전쟁과 인종차별주의, 파시즘에 대한 반대 구호를 함께 외쳤다.
전쟁과 인종차별주의, 파시즘이 여성 등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인식에서다.
오후 7시께는 다른 곳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가 합류했다. 남성의 참여가 허용된 시위대였다. 족히 1천 명은 되어보였다.
시위대는 공동성명에서 "전쟁, 파시즘, 자본주의, 빈곤 및 폭력은 시스템의 일부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없애길 원한다"고 밝혔다.
'프리다'라는 단체 소속으로 참가했다는 독일 여성 사라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고립된 여성의 인권을 찾기 위해 길에서 함께 연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쿠르드족 여성들은 프랑스에서 쿠르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실종된 3명의 여성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타밀족 여성들은 분쟁 속에서 14만 여명의 타밀족이 실종됐다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펼쳤다.
코리아협의회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성명에서 "김학순 할머니의 1991년에 위안부 증언이 한국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초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졌다"면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김지애 씨는 베를린 여행 중 페이스북에 올라온 행사 안내문을 보고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씨는 "평소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을 많이 당한 점 등이 계기가 됐다"고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집회에서는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가야 북 예술단'이 북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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