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자금 유출 우려 과도" vs "현실화하면 영향 파괴적"

입력 2018-03-11 08:15   수정 2018-03-11 10:49

[한미 금리역전] "자금 유출 우려 과도" vs "현실화하면 영향 파괴적"

1월 외국인투자자금 유입 5개월만에 최대…2월엔 유출 후 유입 전환
당장 문제없어도 장기화 시 부담…정부·한은,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한미 금리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는 우려와 기우라는 시선이 갈린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외국인 투자에 금리가 유일한 결정 요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언제든 자금 유출 가속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한 한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경제 성장세·외환 건전성 탄탄…"과도한 우려 불필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고 해도 자금 유출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이유는 금리가 투자의 유일한 결정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금리(수익률)는 위험성이 높은 투자처에서 높고 안정적인 곳에선 낮다.
경제 규모로 볼 때 미국은 위험성이 낮은 투자처로, 한국은 미국과 견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곳이다. 투자자들을 이끌기 위해선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이 같은 공식이 깨지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시각은 지나치게 투자 결정을 단순화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을 투자할 때 투자자들은 금리 외에도 기업 실적이나 경제 성장률 등도 중요 요인으로 고려한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연 3.1%로 4년 만에 3%대 성장 궤도로 돌아왔다. 올해에도 주요 기관이 3%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선 작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이기도 하다.탄탄한 외환 건전성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자금 유출 우려를 더는 요소다.
1990년대 말 금융위기의 뇌관이 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크게 줄었다.
외화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997년 말 286.3%에서 작년 말 29.8%로 쪼그라들었다.
단기외채가 빠져나가더라도 외화 보유액은 크게 타격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과거 한미 금리역전 사례 때도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없었다.
한은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된 1999년 7월∼2001년 3월에 외국인 자금은 147억 달러, 2005년 8월∼2007년 9월엔 75억 달러 각각 순유입됐다.
한미 금리역전이 임박한 올해 1월엔 외국인 투자자금은 작년 8월 이후 최대인 52억2천만 달러 유입됐다. 지난달에는 12억8천만 달러가 유출됐지만, 중순 이후엔 다시 유입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보는 채권자금은 지난달에도 23억5천만 달러 들어오는 등 올해 들어 45억2천만 달러 순유입됐다. 지난해(80억5천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원화절상 기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미 금리역전이라는 단일 요인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나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 등이 해외자본의 국내투자에 더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 장기화·금융 불안 확산 때 문제…"한미 금리역전 방치해선 안 돼"



급격한 자금 유출을 우려하지 않는 쪽에서도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는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나갈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현실화하면 영향력은 파괴적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주체 심리, 실물 경제로도 확산하며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을 공산이 있다.
외환 건전성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자금 유출 우려가 자꾸 고개를 드는 이유다.
아직 수출이 견고해 외환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면 경상수지 흑자도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점은 걱정거리다.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반발하며 글로벌 무역전쟁 조짐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잠재 불안 요인을 만들지 말자는 측면에서 미국과 금리역전을 조금이라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구정(설연휴) 효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2월 수출이 4%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굉장히 저조했고 수입 증가율은 최근 두 자릿수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순식간에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미 금리역전은 당장은 괜찮아도 잠재적으로 매우 큰 불안 요인"이라며 "한미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역전되면 안 된다"며 다음 달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역전은 한은의 정책 여력을 줄어들게 만든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 경기 성장세가 금리를 올릴 만큼 공고하지 않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역전을 장기간 방치해둘 수 없다. 한은으로선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은은 한미 금리역전을 당장 우려하지 않지만 안심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보고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해 한은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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