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작년 아프리카순방서 반환 의사 밝혀…최근 특별고문 2명 위촉
직지 반환논의 급물살 탈까…외규장각 의궤 돌아온 뒤 반환추진 사실상 '올스톱'
"임대 전시조차 어려운 직지…프랑스 움직임 주시해 치밀하게 접근해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에서 가져온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에 대한 지정학적 전략에 따른 조치이지만, 이런 움직임은 프랑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의 반환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아프리카 베냉과 정상회담서 문화재반환 구체적 조처 공개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부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추진의 특별 고문 2명을 최근 위촉했다.
미술사학자 베네딕트 사부아와 세네갈 출신의 작가 펠륀 사르다. 이들은 아프리카 문화재들이 원래 국가로 반환된 뒤 잘 보존될 수 있는지 등의 여건을 조사해 11월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한다.
문화재 반환은 마크롱 대통령이 작년 서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서 처음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작년 11월 부르키나파소의 와가두구대학 특강에서 그는 "아프리카 문화재는 파리에서도 가치가 있어야 하지만, 다카르(세네갈), 라고스(나이지리아), 코토누(베냉)에서도 그래야 한다"면서 "앞으로 5년간 아프리카 문화재를 아프리카로 일정 기간 또는 영구 반환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어 지난 6일 문화재 반환작업의 구체적인 첫 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서아프리카의 소국 베냉의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브리핑에서 문화재반환 특별고문 위촉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베냉 정부는 2016년부터 프랑스에 문화재 반환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냉은 프랑스에 있는 자국 문화재를 4천500∼6천점 가량으로 추정한다. 주로 1892∼1894년 식민전쟁 당시 프랑스군과 선교사들에 의해 반출된 것이다.

◇주불대사관 국감때마다 의원들 "반환노력" 요구…구체적 움직임 없어
마크롱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추진으로 고려의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의 반환 논의도 급물살을 탈 만한 여건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직지의 반환을 프랑스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프랑스는 묵묵부답이었다.
우리 정부도 2011년에 외규장각 의궤가 반환 추진 20년 만에 프랑스의 '영구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직지 반환요청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에서 국회의 국정감사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은 예외 없이 "직지 반환 노력에 힘써달라"고 요구하지만, 그때마다 대사관의 답변은 "노력하겠습니다" 정도일 뿐, 외교채널을 통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추진하면서도 직지를 육안으로 보고 싶어하는 국내 여론을 외면해 프랑스와 껄끄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는 직지 반환 논의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결심으로 한국의 직지 되찾기 논의도 의도치 않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내의 직지 반환여론이나 동력 미약…佛 움직임 주시하며 단계적 접근 필요
시민단체와 학계가 직지 반환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에 대한 설득과 압박노력을 전개하면 직지 반환 문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양국 대통령이 향후 정상회담에서 직지 문제를 의제로 논의만 해도 크나큰 진전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추진은 구(舊) 식민지들과 관련한 철저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서아프리카의 옛 식민지국들에서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넓혀가자 이 지역에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전문가들도 마크롱의 결정을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프랑스의 지정학적 전략의 하나로 본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의 입장 변화는 일단 직지 반환 논의에 긍정적인 조건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강대국들이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문화재의 반환을 외교전략의 하나로 이용하는 추세를 고려해 프랑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현명하게 외교적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지의 반환이나 영구대여가 쉽지 않은 또 하나의 중대한 이유는 직지가 약탈문화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직지는 주한프랑스공사가 지방시찰에서 우연히 구입해 프랑스로 들여왔다가 나중에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당한 구매행위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 물품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관행상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도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프랑스 정부의 움직임은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역대 프랑스 정부들은 예외 없이 자국에 있는 외국 문화재의 반환을 극도로 꺼려온 것에 비하면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추진은 매우 전향적인 입장변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가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을 추진하면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밟는지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직지의 소유권 반환을 주장하기보다는 프랑스국립도서관 리슐리외 관의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직지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토록 유도하는 방안이나, 국내 전시에 대여를 추진하는 방안 등 유연한 단계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 맞아 기획한 올해 12월 '대고려전'에 직지를 프랑스에서 임대해 전시하는 방안이 추진하고 있지만, 프랑스 측이 꺼리고 있어 불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전시 임대를 위해 접촉한 일본과 프랑스가 모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임대 전시보다도 훨씬 어려울 반환 추진은 정부와 민간 차원의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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