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사랑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감정을 감추려야 감출 수 없다. 자꾸만 눈길이 가고 온 신경이 곤두선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행복하기도 하고, 죽을 것처럼 괴롭기도 하다.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머시 섈러메이 분)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은 첫사랑도 그렇게 불쑥 다가왔다.
1983년 이탈리아의 한 시골. 엘리오는 별장에서 가족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오후, 스물넷의 미국인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별장에 온다. 큰 키에 다부진 몸매, 할리우드 배우 같은 외모를 지닌 그는 뭇 여성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철부지 소년 엘리오도 그가 자꾸 신경 쓰인다. 처음에는 그런 감정이 동경과 부러움, 질투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엘리오 자신도 혼란스럽다.
그러나 곧 특별한 감정임을 깨닫고 올리버에게 털어놓는다. 처음에 엘리오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던 올리버도 그 역시 엘리오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그때부터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한 소년과 청년의 사랑을 세심하게 그린다. 마치 악보의 음계를 따라 한음 한음을 내딛듯, 감정의 변화를 짚어낸다. 감정의 선율은 때로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하다.


동성 간의 사랑이라도 다를 게 없다. 한여름의 뙤약볕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폭발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둘은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완전한 혼연일체가 되기를 꿈꾼다.
두 사람의 사랑이 가슴 절절히 다가오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엘리오 역을 맡은 배우 티모시 섈러메이는 올해 23살로, 지난 4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연소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흔들리는 눈동자, 떨리는 속눈썹까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년의 모습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표현해냈다. 여름이 지나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왔을 때, 엘리오는 별장을 떠난 올리버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는 벽난로 속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한참 동안 앉아있는다. 그리움, 슬픔, 아쉬움, 절망, 원망 등 모든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그의 얼굴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깊은 잔상을 남긴다.

'소셜 네트워크' '녹터널 애니멀스' 등에 출연했던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도 남녀 모두 반할만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또 다른 사랑이 있다. 바로 부모의 내리사랑이다. 극 중 엘리오의 부모는 아들에게 찾아온 특별한 사랑을 일찌감치 눈치채지만, 조용히 지켜만 본다.
아빠는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둘이 서로를 찾은 건 큰 행운이었어"라며 축복해준다. 엄마 역시 엘리오와 올리버, 둘 만의 여행을 제안하고, "인생은 선물이니까,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네 인생을 살아!"라며 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비거 스플래쉬' , '아이 엠 러브' 등을 선보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의 각색을 맡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3월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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