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계기로 본 드라마 속 장애인

입력 2018-03-14 09:00   수정 2018-03-14 11:55

평창동계패럴림픽 계기로 본 드라마 속 장애인
'태양의 후예' '디어 마이 프렌즈' '키스 먼저 할까요?' 등서 주목
"몸의 장애는 있지만 밝고 건강한 캐릭터로 조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한창이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라 그 어느 때보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이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남녀노소가 즐기는 TV 드라마에서는 장애우들을 얼마나,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 김은숙·노희경 작가 작품서 주목…"장애인에 대한 주의 환기"
우리 사회 장애인 관련 인구는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을 포함하면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의 5분의 1이다.
TV 드라마 속 장애인의 비중은 그러한 비율에 턱도 없이 못 미친다. 하지만 점차 증가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적 약자 캐릭터를 다양하게 조명하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력 상품인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장애인은 설 자리가 거의 없었다. 화사하고 환한 분위기의 청춘 멜로에서 가볍게 요리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2016년 한류 드라마 붐을 재점화한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의미 있는 방점을 찍었다. 주인공 강모연(송혜교 분)의 절친이자 병원 동료인 병리과 전문의 표지수(현쥬니)를 하반신 마비 장애인으로 설정한 것이다. 강모연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표지수는 휠체어를 탄 의사다. 의사라는 멋진 직업을 가진 인물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설정은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은숙 작가는 또한 이 캐릭터를 '쿨'하고 씩씩한 유부녀로 그리며 매력을 더했다.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그 외 지점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물이자 속 깊고 따뜻한 캐릭터로 그렸다.
'태양의 후예'의 바통은 '디어 마이 프렌즈'가 이었다. 로맨스 드라마는 아니지만 같은 해 방송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무려' 조인성이 하반신 마비 장애인으로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186㎝-76㎏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톱스타 조인성은 극 중 유럽에 거주하는 유명 소설가 서연하를 맡았다. 극 초반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연하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었고, 심지어 사랑의 결실을 맺기 직전에 연인 박완(고현정) 앞에서 차량 사고를 당한 사연을 안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이 비극적 사연을 핑크빛 판타지로 풀지 않았다. 약혼하고 결혼할 사이였던 서연하와 박완은 이 사고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 가족과 현실 앞에서 박완이 갈등하다 결국 사랑을 포기하는 모습이 아프게 그려졌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장애인이 또 한명 등장했다. 박완의 외삼촌이다. 역시 성인이 된 후 사고로 누워만 있다 7년 만에 앉을 수 있었고 겨우 목발을 짚고 걸어 다니게 된 사연을 안고 있다.
노 작가는 시청자가 장애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고, 이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노 작가는 그에 앞서 2014년 SBS TV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틱 장애(투렛 증후군)를 앓는 청년 박수광(이광수)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내세웠다. 조인성-공효진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드라마였던 까닭에 이광수가 연기한 박수광도 주목받을 수 있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김은숙 작가, 노희경 작가 등의 작품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주의 환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인 문제를 공론화해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각장애·청각장애·지적장애 등 다양하게 조명…"밝고 건강하게"
1994년 MBC TV 2부작 특집극 '눈 먼 새의 노래'는 당시로써는 매우 파격적인 드라마였다. 한국 최초 시각장애인 박사 강영우 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 이 드라마는 톱스타 김혜수와 안재욱이 주연을 맡았다.
TV 드라마에서 장애인을 조명해야 한다는 공감대나 책임 의식이 없던 시대에 등장한 '눈 먼 새의 노래'는 두 톱스타 캐스팅으로 화제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은 장애인을 드라마에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KBS 1TV '고마워, 웃게 해줘서'(2010), SBS TV '위대한 선물'(2011), SBS TV '유쾌한 삼총사'(2011) 등 특집극은 간간이 등장했지만 긴 호흡의 드라마에 장애인이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해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창욱을 스타덤에 올린 KBS 1TV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7개월간 방송된 일일연속극의 여주인공이 정신연령이 9살에 머문 지적장애인 안나(도지원)였다. 지창욱은 안나의 아들이자 드라마의 타이틀 롤 '동해'를 맡아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40%를 넘나드는 인기를 끌었고 그 덕분에 지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지적장애 캐릭터가 시대극에는 종종 등장했지만, 현대극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다. 또한 등장을 해도 감초 역할에 머물렀는데 '웃어라 동해야'는 여주인공이 지적장애를 앓는 것으로 설정하는 의미심장한 행보를 했다.



현재는 SBS TV 월화극 '키스 먼저 할까요?'와 KBS 2TV 월화극 '라디오 로맨스'에 나란히 장애인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는 열일곱에 청력을 잃은 청년 여하민(기도훈)이 등장한다. 카페 바리스타이자 준수한 외모를 자랑하지만 상대방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 아예 못 듣는 것은 아니고 그에게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다. 여하민은 자신을 배려해 일부러 크게 말을 하는 상대방에게 "소리 지르지 마. 내게는 모든 소리가 소음으로 들려"라고 설명을 해주고는 한다.
'라디오 로맨스'에서는 여주인공 송그림(김소현)의 엄마(김예령)가 시각장애인으로 설정됐다. 송그림의 엄마는 후천적 시각장애인으로, 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천진난만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또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촉각, 청각, 미각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
최근작들의 특징은 장애인 캐릭터를 밝고 건강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의 손정현 PD는 14일 "기존에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너무 아프게만 조명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장애를 갖고 있어도 일반 사람과 소통도 잘되고 유쾌하게 삶을 영위해가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그런 점을 드라마에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손 PD는 이어 "또한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마음의 결핍이 있는 손이든(정다빈) 캐릭터와 대비해 몸의 장애가 있지만 행복한 사람을 내세울 필요가 있어 청각장애인을 설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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